HD현대·한화 1분기 4건 확보…군수지원함 정비로 운용 체계 진입중동 전쟁 장기화에 정비 수요 증가 … 美 조선소 포화·비용 상승'미국 내 정비' 원칙 깨지나 … MRO 레퍼런스, 동맹국 확장 가능성
  • ▲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마산가포신항에서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연합뉴스
    ▲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마산가포신항에서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연합뉴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수요가 한국 조선소로 이동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시 대비 태세 강화로 정비 수요가 급증한 반면 미국 내 조선 인프라는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비용·납기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올 1분기 미 해군 MRO 사업 4건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은 전년 1건에서 2건으로 늘었고, 한화오션은 2건을 유지했다. 3개월 만에 전년 연간 실적에 근접한 수준이다.

    수주 대상은 ‘USNS 세자르 차베즈’와 ‘USNS 리처드 E. 버드’ 등 4만1000톤급 군수지원함(T-AKE)급 함정이 중심이다. 보급·수송을 담당하는 핵심 전력으로 장거리 작전 지속 능력과 직결된다. 이에 한국 조선소가 단순 정비를 넘어 군수 작전 유지 체계에 일부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전쟁과 군사 긴장 고조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지역 충돌,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 압박 확대 등으로 미 해군은 함정 가동률을 끌어올린 상태다. 작전 투입 빈도가 증가하면 정비 주기가 단축되고 정비 수요도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미국 내 조선 인프라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미 해군은 공공 조선소 4곳과 일부 민간 조선소에 의존하고 있는데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고난도 정비 물량까지 몰리며 도크 부족과 인력난이 심화된 상태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미국 내 MRO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해외 전개 전력의 핵심인 미 해군 7함대의 정비 수요가 이번 흐름을 촉발한 요인으로 꼽힌다. 7함대는 일본 요코스카와 괌을 중심으로 운용되며 항모전단과 군수지원함 등 주요 전력이 상시 전개돼 있다. 그러나 2곳 모두 수용 능력이 한계에 근접하면서 정비 대기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동북아 내 추가 정비 거점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지리적 접근성과 대형 선박 정비 역량을 갖춘 한국 조선소가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2년간 한국 조선업계가 확보한 미 해군 MRO 9건이 해외 배치 함정 중심이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 해군 전체 295척 중 약 40척이 해외를 모항으로 운용되는 만큼 한국이 이들 물량을 흡수하며 실적과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부 감사원(GAO) 등에 따르면 최근 예산안 기준 미 해군은 함정 정비에만 약 160억달러(약 23조원)를 배정했다. 운용·정비 전반을 포함한 해군 작업량은 300억달러(약 44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외국 조선소 정비에 대한 제도적 제한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미 해군 함정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Byrnes–Tollefson Amendment)’ 등에 따라 원칙적으로 미국 내에서 건조·정비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도 ‘Ensuring Naval Readiness Act’, ‘SHIPS Act’ 등 관련 법령을 완화하거나 우회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 8월 한미 양국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며 협의에 착수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글로벌 해군 MRO 시장은 2026년 약 1271억달러(약 170조원)에서 2034년 2154억달러(약 29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군수 분야는 보안과 신뢰성 요구 수준이 높아 신규 업체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미 해군과 같은 최상위 레퍼런스를 확보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나토(NATO) 회원국과 동맹국 해군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