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 수요는 촉매 … AI·탈탄소·노후망 교체가 핵심 동력송전·배전 동시 투자 확대 … 전선업 수주 사이클 진입공급 부족에 가격 협상력 상승 … 산업 구조 전환 진행
  • ▲ 대한전선이 유럽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WindEurope 2026’에 참가해 HVDC 등 해저케이블 분야의 토탈 솔루션을 선보인다. ⓒ대한전선
    ▲ 대한전선이 유럽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WindEurope 2026’에 참가해 HVDC 등 해저케이블 분야의 토탈 솔루션을 선보인다. ⓒ대한전선
    중동 재건 기대감으로 촉발된 전선·전력기기 업종 상승세가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 흐름과 맞물리며 구조적 성장 국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동발 전력망 특수가 인공지능(AI)과 탈탄소,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가 결합된 장기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2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실적과 수주 흐름은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한다. 

    먼저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약 7조5882억원, 영업이익 약 279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주잔액도 약 7조6300억원에 달해 초고압 및 해저케이블 중심의 글로벌 프로젝트 확대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초 말레이시아에 600억 규모 헤저 케이블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해외 수주 흐름도 이어갔다.

    대한전선 역시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해 매출 약 3조6360억원, 영업이익 약 128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연말 기준 수주잔고도 약 3조6633억원으로 확대됐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1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이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전선은 유럽 해상풍력 시장 공략과 베트남 초고압 케이블 공장 투자 등 글로벌 사업 확장이 진행 중으며 과거 사우디서 총 5200만달러 규모 380kV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력이 있다. 

    LS그룹 산하의 가온전선은 배전과 중저압 케이블 중심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약 1조4000억원 수준을 유지했으며, 국내 배전망 수요와 북미 시장 판매 확대 흐름의 영향을 받고 있다. LS전선 계열 수주 확대에 따른 간접 수혜 가능성도 거론된다.

    LS에코에너지는 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반응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올 1분기 잠정 기준 매출 2964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초고압 케이블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고, 베트남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유럽·북미·동남아 수출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최근 베트남 정부의 8차 국가전력계획(PDP8)에 따라 약 200조 원 규모의 발전, 송전 투자를 추진 중이다. 현지 유일의 초고압 케이블 생산 기업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중동 재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수요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에 따라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송전뿐 아니라 배전망 투자도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력망 산업의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원재료 가격에 영향을 받는 저마진 산업으로 분류되던 전선업은 최근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하며 수주잔고가 장기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재건 이슈를 전선업 재평가의 '계기'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재건은 단기적인 이벤트에 가깝지만, 실제 수요는 북미 데이터센터와 유럽 해저망, 아세안 전력 인프라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며 "AI와 탈탄소, 노후 전력망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선업이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전환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 ▲ LS에코에너지의 베트남 생산법인 LS-VINA가 빈그룹의 하이퐁(Hai Phong)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했다고 22일 밝혔다.ⓒLS에코에너지
    ▲ LS에코에너지의 베트남 생산법인 LS-VINA가 빈그룹의 하이퐁(Hai Phong)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했다고 22일 밝혔다.ⓒLS에코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