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분으로 이전 미반영분 상쇄, 휘발유 2000원선 유지산업부 "비정상적 상황 대응 위한 한시 조치, 안정 시 즉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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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발 전쟁 위기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정부가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을 현 수준에서 묶어두기로 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가격을 낮추지 않은 것은 그간 억눌렀던 인상 요인을 상쇄하고 물가 불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산업통상부는 24일 0시부터 적용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지난 2·3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휘발유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확정됐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만나는 최종 가격은 휘발유 기준 L당 2000원 안팎을 유지할 전망이다.사실 이번 4차 가격 결정 과정에서는 가격 인하 요인이 충분했다. 지난 2주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휘발유 8%, 경유 14%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부 산식대로라면 휘발유는 L당 100원, 경유는 200원 정도 내려야 맞다.그럼에도 정부가 '동결'을 선택한 이유는 그동안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제유가 상승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설명에 따르면, 만약 제도 시행 초기부터 국제 시세를 그대로 반영했다면 현재 경유 공급가는 지금보다 628원 높은 2551원, 소비자 가격은 2800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즉, 이번 국제 유가 하락분을 그간 누적된 인상 요인을 털어내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정부가 시장 원리를 거슬러가며 가격을 통제하는 배경에는 '물가 비상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 상승하며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 제품 가격이 30% 이상 급등한 것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석유 가격이 더 오를 경우 공공요금과 외식 물가까지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는 점이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하지만 국제유가가 뛸 때는 가격을 올려 소비 절감을 유도해야 하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누르면서 오히려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가격 신호 왜곡'에 대한 비판 역시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시장이 보내는 경고를 정부가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더 큰 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민간 기업에 전가되는 손실 역시 갈등의 불씨이다. 정부가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했지만 복잡한 정유 공정 특성상 정확한 손실액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물가 관리를 위해 민간 기업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자칫 보전 절차가 늦어지거나 금액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정유사의 투자 위축이나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정부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조치가 매우 이례적인 상황임을 거듭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 최고가격제는 시장 경제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비정상적 조치"라고 인정하며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제도를 종료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