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사태로 한국 석유안보 공급망 취약성 부각정부 석유사업 지원 부재 … 정책적 가시적 성과 부족 꼽아공급선 다변화 위해 한시적 아닌 상시 정부 지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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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인근 유조선의 모습.ⓒ연합뉴스
이번 호르무즈 봉쇄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석유안보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정유업계가 공급선 다변화를 위한 정부 지원 요구가 거세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반면, 석유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 등 비중동산 원유 도입 확대를 위해 정부가 4~6월 한시 시행키로 한 ‘원유 도입 차액 전액 지원’ 제도의 상시화를 요구하고 있다.정부는 2015년부터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를 통해 중동지역에 도입되는 원유의 운송비보다 추가로 발생하는 운송비를 일부를 환급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동산 원유 수급길이 막히면서 원유 구매 비용, 운송비 등이 치솟자 지원체계를 한시적으로 개편한 것이다.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동산 원유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정부의 공급선 다변화 정책은 1980년대부터 추진해왔지만 실효성이 부족했다”면서 “환급 규모가 너무 미비해 미국, 캐나다산 등 비중동산 원유 도입에는 한계가 있어 왔다”고 말했다.또 “중국, 인도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환급액 수준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과거에는 민간 기업이 이익을 내는 데 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이제 석유 공급망 안정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정부 지원은 필수”라고 했다.업계는 정부의 석유사업 지원 부재 이유로 ‘정책적 가시적 성과 부족’을 꼽았다. 석유공급 안정은 5~10년 장기 투자가 필요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는 것이다.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 최적화 설비를 갖추고 있는 이유는 한국 정유산업이 1964년 걸프사와의 합작으로 시작되면서 태동 단계부터 중동 원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 공급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고, 러시아나 미국 역시 중동산 원유에 의존했다. 정유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중동 중심의 공급 라인이 형성됐다.현재 업계는 비중동산 원유로 미국 외 캐나다 원유 도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중동산과 비슷한 중질유라 국내 정유사 설비에 투입 가능하다. 하지만 비용이 걸림돌이다. 통상 중동산 원유 운임은 배럴당 약 1.9달러 수준이지만 미주산 원유는 약 3.8달러에 형성돼 있고, 운송기간 역시 약 50일로 중동 운송기간 20일 보다 길다. 정유사가 정부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석유 비축제도 고도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80여 종의 원유를 들여오고 있는데, 현행 비축 원유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비축유는 단순히 갖고만 있어서는 의미가 없고, 실제 정유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원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무엇보다 정부의 에너지 안보 대응에 대한 온도차를 두고 업계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석유화학 제품은 국내 수출 2위 규모로 세금 기여도와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지만,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며 “석유 안보는 단기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책 과제로 추진해 선제적 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중국은 적극적인 석유 안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7일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발표하면서 전략 원유 비축량 확대를 포함시켰다. 비축시설 대규모 증설 등으로 비축유를 9억 배럴 추가 확보 방침이다. 아울러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까지 이어지는 가스관(2600km)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이는 해상 봉쇄 리스크를 상쇄할 육상 에너지 통로가 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외 에너지 의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