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앞세운 中, 국가·금융·해운 뭉쳐 물류망 장악韓 사후 통보 관행, 보수적 금융 잣대에 번번이 막혀사업 기획부터 위험 나누는 '해운·금융 원팀' 필요
  • ▲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알헤시라스호ⓒHMM
    ▲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알헤시라스호ⓒHMM
    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국적 선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력의 중국이 글로벌 해상 패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해운업계가 금융권에 통보하듯 자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고수되고 있어 협상에서 엇박자는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 기획 초기부터 금융과 해운이 위험을 공유하는 원팀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동 사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 운항로의 병목 현상이 심화하면서, 물동량을 책임지는 안정적인 국적 선대 확보가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29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해운업 선대 확보를 위해 국영 금융기관을 통해 막대한 선박 금융 및 보조금을 투입하며 글로벌 물류망을 장악하고 있다. 국가와 금융 그리고 해운업이 원팀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반면, 한국 해운업계는 위기 극복을 정책 금융에 대한 의존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상반기 해운금융포럼에서 해운 협회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신규 해운 금융 정책과 실효성 있는 지원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오늘 접수를 시작한 해양수산부 주관의 '해운기업 유동성 지원 패키지'에도 선사들의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해운업계가 자금난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실제 조달 과정에서 금융권과 협상 엇박자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 선사가 건조공간부터 선점한 뒤 국책 은행을 찾아가 자금을 빌리러 가 반려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선사들이 사업에 대한 핵심 의사결정을 자체적으로 끝낸 뒤 은행에 자금을 요청하는 기존의 사후 통보식 자금 조달 관행을 고수하는 것이다.

    나아가 HMM의 대규모 친환경 투자 계획 추진 과정에서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친환경 투자가 국책 금융의 엄격한 위험 관리 절차와 맞물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 선사부터 대형 선사까지 해운과 금융이 원팀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사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와서 선박 금융을 해달라고 찾아오면 보수적인 내부 심사 매뉴얼 상 반려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구조적 맹점을 지적했다.

    단기적인 유동성 지원이나 금융 규제 완화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해운과 금융이 리스크를 공유하는 해양 원팀으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