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개 협력사와 K-철도 수출 발판미국·호주·모로코 이어 중앙아시아로 확장
  • 현대로템이 제작한 국산 고속철도차량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첫 상업운행에 들어갔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고속차량이 해외 노선에서 실제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로템은 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에서 신규 고속차량 영업운행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차량은 수도 타슈켄트와 서부 도시 히바를 잇는 약 1020km 구간에 투입됐다. 우즈베키스탄 내 최장 철도 노선이다.

    이번 차량은 국내에서 운행 중인 KTX-이음(EMU-260)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기관차가 객차를 끄는 동력집중식이 아니라 여러 차량에 동력장치를 나눠 배치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이다. 출발과 정차 때 가감속 효율이 높고 장거리 운행에서도 안정적인 수송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 현지 운행 환경도 설계에 반영했다. 여름철 고온과 사막성 먼지에 노출되는 구간이 많은 만큼 차량 내부로 모래와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줄이는 방진 설계를 적용했다. 장거리 이동 승객을 고려해 객실 편의성과 냉방 성능도 현지 조건에 맞췄다.

    고속차량 투입으로 타슈켄트에서 히바까지 이동 시간은 기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신규 차량 운행 이후 소요 시간은 7시간 안팎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히바는 실크로드 중심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관광지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관광 산업과 지역 교통망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차량 투입이 철도 이용 편의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운행은 현대로템이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철도청과 체결한 고속차량 공급 계약의 첫 결실이다. 당시 계약은 국산 고속차량의 첫 해외 수출 사례로 주목받았다. 차량은 최고 시속 250km급으로 설계됐으며 편성에 따라 최대 389명을 태울 수 있다. 좌석은 VIP,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3개 등급으로 구성됐다.

    현대로템의 철도 수출은 전동차와 경전철, 트램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왔다. 1990년대 인도네시아 전동차 수출을 시작으로 필리핀 마닐라 경전철, 터키 이즈미르 트램,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그리스 아테네 전동차 등으로 수출 이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호주 퀸즐랜드 전동차, 미국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전동차 등 대형 사업을 따내며 선진 철도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모로코 철도청과 2층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아프리카 철도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성과를 냈다. 베트남에서는 호치민 메트로 2호선 무인 전동차 사업을 따내며 현지 철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베트남이 도시철도와 고속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수주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철도업계는 이번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운행을 현대로템 해외 철도 사업의 질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기존 수출이 도시철도와 통근형 전동차 중심이었다면, 이번 사업은 국산 고속차량이 해외 장거리 노선에서 실제 운행되는 첫 사례다. 고속차량은 단순 납품보다 운행 안정성, 정비 대응력, 부품 공급망 관리가 장기간 검증돼야 하는 분야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안정적인 운행 실적이 쌓이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등 철도 현대화 수요가 있는 시장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철도 부품 생태계에도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사업에는 국내 600여개 고속차량 부품 협력사가 참여했다. 고속차량은 추진·제동·공조·전장·차체 등 다양한 부품이 결합되는 종합 산업이다. 현대로템의 해외 수주가 협력사의 제작·납품 경험 축적으로 이어지면서 국산 철도 공급망의 해외 진출 기반도 넓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