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 치료제 시대 진입 … '약효보다 전달' 중요성 부상로슈-데날리-릴리 등 빅파마, BBB 셔틀 선점 경쟁 확대에이비엘바이오-릴리 딜 이후 BBB 플랫폼 존재감 부각"개별 신약보다 반복 기술수출" … 플랫폼 중심 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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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 이미지. ⓒ연합뉴스
항체약물접합체(ADC)가 글로벌 바이오시장을 뒤흔든 이후 최근 시장 자금과 업계 관심이 다시 BBB(혈액뇌관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중국 바이오텍들이 ADC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후발주자인 K-바이오가 단순 추격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CNS(중추신경계) 전달기술과 핵산 치료제 플랫폼이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의 대형 M&A와 기술투자 흐름에서 신경과학과 전달 플랫폼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시장 확대와 함께 siRNA(짧은간섭리보핵산), ASO(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핵산 치료제가 차세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약효'보다 '전달'이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핵심은 BBB다. BBB는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장벽이다. 문제는 치료제 역시 BBB를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CNS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큰 한계 역시 약효 자체보다 전달 효율이었다. 약물이 뇌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면 임상에서 기대한 효능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지금 글로벌 바이오시장이 ADC 이후 또 다른 플랫폼 경쟁 초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ADC가 '항체에 약물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경쟁이었다면 BBB 플랫폼은 '약물을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는가'의 경쟁이라는 해석이다.특히 핵산 치료제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BBB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siRNA와 ASO는 특정 유전자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전달 효율과 오프타깃 문제가 상업화의 핵심 변수로 꼽혀왔다. 결국 플랫폼 경쟁의 중심도 '무엇을 만들 것이냐'에서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글로벌 빅파마들도 이미 BBB 플랫폼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로슈는 BBB 셔틀 기술 '브레인 셔틀'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데날리 테라퓨틱스는 BBB 플랫폼 '트랜스포트비히클'을 앞세워 항체와 효소,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전달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일라이 일리 역시 BBB 플랫폼 확보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B'를 릴리에 기술이전했다. 총계약 규모는 26억달러 수준이다. 릴리는 계약 직후 전략적 지분투자에도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파이프라인 계약보다 BBB 플랫폼 자체에 대한 선제 투자 성격으로 보고 있다.최근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토베시미그(ABL001)' 변수 이후 회사 전략 중심축도 BBB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기존 항체 기반 치료제를 넘어 siRNA, ASO, 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BBB 플랫폼을 단순 CNS 기술이 아니라 반복 기술이전이 가능한 범용 전달 플랫폼으로 설명하기 시작한 점도 눈에 띈다.이 같은 흐름은 최근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 임상 변수 이후 더 뚜렷해졌다. 시장은 토베시미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가능성에 집중했지만, 회사는 오히려 BBB 플랫폼과 후속 전달기술 파이프라인을 다시 전면에 꺼내기 시작했다. 개별 신약보다 플랫폼 반복 확장 구조를 강조하는 모양새다.업계에서는 K-바이오 전략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특정 신약후보물질 하나의 임상 성공 가능성이 기업가치를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반복 기술이전이 가능한 플랫폼 확보 여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ADC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바이오텍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커졌다는 평가다.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지금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 ADC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뒤늦게 ADC 추격전에만 매달려서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결국 CNS 전달기술이나 BBB 같은 새로운 플랫폼 영역에서 먼저 자리를 잡는 기업이 다음 사이클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실제 시장에서도 글로벌 바이오시장의 무게 중심이 개별 신약 경쟁에서 전달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한 바이오기업 고위 관계자는 "CNS 질환 영역에서는 BBB 셔틀 기술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과거에는 있으면 좋은 기술 정도였다면 이제는 핵산 치료제와 CNS 신약개발에서 필수 플랫폼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