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바이오시밀러·신기술 의료기기 심사기간 대폭 단축림카토, 프로스타뷰 허가 획득 … 상반기만에 연평균 2개 수준 달성에페글레나타이드, 포큐보타이드, 레코플라본 연내 허가 여부 주목
  • ▲ 신약개발 연구원. ⓒ대웅제약
    ▲ 신약개발 연구원. ⓒ대웅제약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신약 허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20년간 국산 신약 허가 건수는 연평균 2개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2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등의 허가·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기로 하면서 올해 역대 최다 국산 신약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다음 달 1일부터 신약, 바이오시밀러, 신기술 의료기기 등 의료제품 허가·심사 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시행한다. 

    기존 순차 심사 중심의 업무 방식을 동시·병렬 심사 체계로 전환하고 품목별 전담 심사팀을 중심으로 자료 검토와 보완자료 확인, 실태조사 등을 병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국내 의료제품 허가·심사 속도를 글로벌 주요국보다 빠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은 평균 300일, 유럽과 일본은 365일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가 제시한 240일 목표는 이보다 짧은 기간이다.

    다만 이번 개정 방안은 다음 달 1일 이후 허가·심사를 신청하는 품목부터 적용된다. 이미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인 국산 신약 후보들은 새 기준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속도 개선 기조를 보인만큼 현재 심사 중인 신약 후보들의 연내 허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해 국산 신약 허가 속도는 예년과 비교해 빠른 편이다.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국내 첫 신약으로 허가받은 이후 27년간 총 43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연평균으로 보면 2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에만 벌써 2개 품목이 잇따라 허가되며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첫 국산 신약 허가는 큐로셀의 CAR-T 치료제 '림카토주'가 받았다. 이로써 42번째 국산 신약 타이틀을 차지했다. 림카토주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이후 재발하거나 불응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T세포를 추출한 뒤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개인 맞춤형 세포치료제다. 환자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된 치료 방식으로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혈액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림카토주는 국내 최초 CAR-T 치료제라는 상징성도 크다. 그동안 국내 CAR-T 치료제 시장은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았지만 국산 제품이 허가되면서 국내 환자 접근성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퓨쳐켐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주사액'이 43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프로스타뷰주사액은 양전자 방출 동위원소인 F-18과 전립선암 특이 단백질을 표적하는 펩타이드를 결합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이다. 정맥 투여 후 PET-CT 촬영을 통해 전립선암 병변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프로스타뷰주사액은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으로 한다. PSMA는 전립선암 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로 최근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핵심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CT나 MRI 등 영상검사로 확인하기 어려운 병변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퓨쳐켐은 국내 임상 3상에서 프로스타뷰주사액이 양성예측도 86.96%를 기록해 기존 영상검사 대비 26.79%포인트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가기도 전에 국산 신약 2개가 연달아 허가를 받으면서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44호 국산 신약'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심사 중인 주요 후보로는 한미약품의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셀비온의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177Lu-포큐보타이드', 아주약품과 지엘팜텍이 공동 개발한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코플라본' 등이 꼽힌다.

    가장 주목받는 신약 중 하나는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장기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로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약물이다. 최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GLP-1 계열 치료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상업적 기대감이 크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단순 체중 감량 치료제가 아닌 비만을 동반한 대사질환 치료 옵션으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 평균 9.75%의 체중 감소율을 확인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최대 30% 수준의 감량 사례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메트포르민 등 당뇨병 치료제와의 병용 임상도 추진하며 향후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셀비온의 177Lu-포큐보타이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 약물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PSMA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테라노스틱스 흐름을 대표하는 후보로 평가된다. 

    올해 프로스타뷰주사액이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치료용 방사성의약품까지 허가될 경우 국내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경쟁력이 한층 부각될 수 있다.

    셀비온은 임상 2상에서 177Lu-포큐보타이드의 객관적반응률이 35.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플루빅토'(29.8%)와 비교해도 주목할만한 수치다. 현재 회사는 임상 2상 결과를 기반으로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아주약품과 지엘팜텍이 공동 개발한 레코플라본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레코플라본은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로 지난해 11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시 국내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와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건조증 환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시장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산 신약 후보군의 질적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국산 신약은 항암제, 항생제, 고혈압 치료제, 발기부전 치료제 등 합성의약품 중심으로 허가가 이뤄졌다. 

    반면 최근에는 CAR-T 치료제, 방사성의약품,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등 고난도 기술 기반의 신약 후보물질이 허가와 심사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전통적인 의약품 영역을 넘어 첨단 바이오 분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연내 허가 여부는 아직 확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식약처 심사 과정에서 추가 보완자료 요청이 발생하거나 임상적 유효성·안전성 검토가 길어질 경우 허가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신속심사나 조건부 허가 대상이라도 최종 허가는 제출 자료의 완성도와 당국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올해 국산 신약 허가 흐름은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림카토주와 프로스타뷰주사액이 허가를 받았고 남은 후보 3개 품목이 모두 연내 허가될 경우 올해 국산 신약은 총 5개로 늘어난다. 이는 2015년과 2021년의 연간 4개 허가 기록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허가로 이어지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빠른 허가, 심사 기조에 따라 연내 추가적인 품목 허가가 이어질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