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햄버거·치킨에서 식품까지 줄줄이
대형 프랜차이즈 핵심 점포 철수까지 줄이어
  • 최저임금 대폭 인상(16.4%)이 시행된 지 3개월에 가까워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인건비 부담에 따라 서민들이 즐기는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 인상이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 기사와 무관ⓒ뉴데일리DB
    ▲ 기사와 무관ⓒ뉴데일리DB


    ◇'안 오른게 없다' 치솟는 외식·밥상물가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지난 2016년 2월(2.9%) 이후 24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올해 1월에 이어 두 달째 2.8%를 유지하고 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2.4%) 이후 매달 0.1%포인트(p)씩 오름폭을 확대해 지난 1월에는 전년동월대비 2.8% 상승을 기록했다.

실제 인건비 부담이 큰 외식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가격 인상이 줄잇고 있다. 버거킹은 이달부터 버거와 사이드메뉴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버거 등 10종으로 인상률은 제품에 따라 1.0∼2.6%다.  


앞서 맥도날드도 지난 달부터 제품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다. 이번 인상 대상은 버거류 12개, 아침 메뉴 5개, 사이드 및 디저트 4개, 음료 6개 등 27개 제품이다.

KFC도 지난해 12월 말 치킨, 버거, 사이드,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올렸고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전체 제품 74종 가운데 버거류 12종과 세트 15종, 디저트류 1종, 드링크류 5종의 판매 가격을 조정했다. 

치킨업계도 사실상 가격 인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못한 사이 점포별로 배달료를 따로 받거나 무료였던 무나 콜라를 유료로 전환했다.

이밖에 맘할매순대국, 놀부부대찌개, 신선설농탕, 신전떡볶이 등 외식 프렌차이즈들은 올 들어 최고 20%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외식업계에서 시작된 물가 인상 여파는 식품업계에도 번졌다. 야쿠르트는 물론 어묵, 즉석밥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먹거리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다음 달부터 야쿠르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2개 브랜드 가격을 올린다. 65㎖ 야쿠르트는 170원에서 180원으로, 150㎖ 윌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된다.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 5종 가격을 이달부터 평균 6.4% 인상했다. 햇반은 평균 9%, 스팸은 평균 7.3% 가격이 올랐고 어묵 10종은 평균 9.8% 가격이 인상됐다. 사조대림도 어묵 11종 제품 가격을 5~9%가량 높였다. 

문제는 앞으로 가격 인상을 준비하는 곳들도 많다는 점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저임금 적용 2개월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외식업체는 조사 대상 전체 중 80%에 달했다. 예상하는 평균 인상률은 18.4%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가격 인상 요인을 제공할 것"이라며 "내후년까지도 최저임금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가격 인상 행진이 금세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 서울 시내 맥도날드 매장 전경ⓒ연합
    ▲ 서울 시내 맥도날드 매장 전경ⓒ연합

    ◇임대료·임금 인상에… 줄줄이 매장 철수 '러쉬'까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주요 핵심 상권에서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 업계간 포화상태에서 따른 수익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점포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외식업체 300곳 중 77.5%가 올해 최저임금 적용 이후 현재까지 경영 상태가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응답 업체의 올해 1∼2월 월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12.1%, 30.1% 감소했다. 응답 업체 중 80.4%는 향후에도 경영 상태가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맥도날드는 다음 달 서울 정동점과 서울대입구점, 신촌점을 폐점할 예정이다. 이미 서울 사당점과 용인단대·부산서면점은 폐점을 결정했다. 

    주요 핵심 상권에서 오래된 점포를 한 꺼번에 철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점포당 최소 40명의 인원을 고용하는 맥도날드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CJ푸드빌의 빕스도 여의도점을 지난 달 20일, KFC는 19일 명동중앙점을 폐점했다. 버거킹 역시 지난해 말까지 운영하던 서울 여의도점의 문을 닫았다. 서울 강남구 영동시장 일대에 터줏대감이던 
    더본코리아의 19개 브랜드 매장들도 줄줄이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한국외식산업연구원
    ▲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저임금인상이나 인건비 증가가 매출 감소의 직접 원인으로 볼 수 없지만, 인건비 증가가 종업원 감원 혹은 고용시간 단축을 야기해 매출 감소에 간접적으로 작용했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 인건비와 임차료, 식재료비, 배달 수수료 등 모든 비용이 인상됐기 때문에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관련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회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향상시켜 소비 전반으로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순 있겠지만 지속적인 인상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