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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일부에서는 노조전임자 유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합의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격 합의가 이뤄지자 작지 않은 충격이 있었을 것이다.”
김태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장(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은 지난 1일부터 전격 실시된 타임오프가 9일 만에 41%의 사업장에서 적용된 것은 작지 않은 성과라고 말했다.앞서 고용노동부는 12일 올 상반기에 단협이 만료된 100인 이상 노조가 있는 사업장 1320곳 중 지난 9일 현재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키로 잠정 합의하거나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은 546곳(41.4%)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금 금지규정은 지난 1997년 입법됐지만 시행이 13년간 유예됐다. 이를 올해 1월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노조법을 개정, 해당 규정을 전면 실시토록 했다.
2월 26일 시작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이하 근면위)는 5월 1일 새벽 2시에 극적인 합의점을 이끌어냈다. 근면위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5명으로 정부측 공익위원 5명과 경영계 위원 5명, 노동계 위원 5명이었다. 노동계 위원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이 각각 2명 포함됐다.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타임오프제가 헌법상 보장된 노동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분명히 근면위에 들어와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고 나서 뒤늦게 합의에 반대한다는 것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나 사회적 합의를 기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 권리만 챙기겠다는 것은 동반자로서의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나 일부 정당, 또 기아차의 경우 원천무효라고 재협상을 요구하지만 근면위는 이번 타임오프제 합의에서 조합원 5000명 이상인 초대형 노조들을 가장 신경 썼다”고 말했다. 대기업 노조이면 그만큼 사회적인 책임이 있고 국민들의 상식선에서 움직여야 하다는 것이다. 이어 “한해 노조원들이 내는 조합비만 수십억원이 넘는 기업에서 회사가 노조 전임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은 큰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타임오프제는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노무현 참여정부 때의 당정협의안보다도 훨씬 융통성 있고 친(親)노동자적 합의”이라고 덧붙였다.김 위원장은 “타임오프제를 수용했을 때 기아차의 경우 노조 전임자가 10분의 1로 줄어들고, 나아가 노조활동이 대폭 축소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타임오프제의 기본 정신은 노조 활동을 하는 인원의 경우 그 임금을 노조에서 지급하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월급을 주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잘못된 관행”이라며 “노조는 자주적 결사체로 노조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임금은 수익자인 노조가 지불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노조 사무실조차 회사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없다”고 덧붙였다.김 위원장은 “진보진영 역시 왜곡된 노동구조나 일부 강성노조에서 발을 뺄 수 있는 계기가 타임오프제”라고 말하고 “노사가 상생과 발전을 도모할 계기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집해 거부한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제가 되고 있는 노사간 ‘이면합의’에 대해서도 ‘노조가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파업을 피하기 위해 노사간에 이면합의를 통해 기존 전임자 숫자를 유지하는 편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김 위원장은 “기업이나 정부에 투명성을 요구하며 노조가 이면합의를 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면합의는 비공개가 원칙인데 그럴 경우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들의 신임을 받기 어렵다”고 말하고 “그럴 경우 전임자들이 오래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도 바보가 아닌 이상 반드시 이면합의는 드러난다”며 “이면합의를 하게 되면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을 텐데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물었다.김 위원장은 “타임오프제는 한국 노동운동의 특수한 문제, 또는 왜곡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라고 설명하고 “타임오프제를 통해 상식이 통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