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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31일 용산역세권개발㈜(AMC)의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AMC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의 시공ㆍ설계ㆍ자금조달 등 전반적인 업무추진을 담당한 회사로, 지분 45.1%를 보유한 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사장을 비롯한 이사 3명을 추천하는 등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이날 AMC 지분을 전부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에 넘기고 파견직원도 철수하기로 하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서 더 이상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워졌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지난 23일 드림허브 이사회 때 의도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게 됐다.
이번 사업이 파행으로 치달은 책임이 삼성물산에 있다고 주장해온 코레일은 굳이 강제적인 절차를 동원해 삼성물산을 쫓아내지 않아도 되고, 기존 사업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 사업자를 찾아 새 판을 짜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순순한 후퇴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삼성물산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꿔야하는 문제가 이 사업을 완전히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최대 과제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드림허브 이사회는 코레일의 주도 아래 지난 23일 기존 17개 건설투자자에게는 9조~10조원 상당의 전체 시공물량 가운데 20%만 배분하기로 결의하고, 나머지 80%는 외부 건설투자사에게도 문호를 열어놓기로 했다.
단, 땅값 9천500억원에 대해 2단계로 나눠 지급보증을 하는 조건이다.이 땅값 지급보증 문제가 바로 이 사업이 파행으로 치닫게 된 직접적인 이유다.
입찰 당시 건설사들은 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땅값을 써내며 사업을 따냈지만, 그 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건설사들이 굳이 지급보증이라는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4조5천억원에 랜드마크 빌딩 매입이라는 가히 파격적인 제의를 했음에도 삼성물산이 끝까지 땅값 지급보증을 거절한 것은 그만큼 이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자본력과 정보력을 갖춘 기업인 삼성이 이 사업에서 발을 뺐는데, 다른 국내 건설사들이 쉽사리 새로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겉으로는 코레일에 의해 등이 떼밀려 나간 모양새가 됐지만, 사실은 삼성이 내심 원하는 대로 됐다는 시각도 있다.
코레일 측은 일단 다음 달 13일 건설투자자 모집 공고를 내고 16일 사업설명회를 열어 이번 프로젝트의 사업개요 및 참여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새로운 건설사를 찾아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이 사업이 한 단계 나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출자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며 "현재로서는 기대를 갖고 건설사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