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원칙 마련해 '평화적 해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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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반도체생산업체 KEC 노조의 공장점거 사태가 3일 일단락됐다.
지난달 21일 직장 폐쇄를 철회하고 노조원 징계 등을 철회하라며 공장 점거에 나섰던 노조는 14일만에 사측과 교섭 원칙에 합의하면서 공장 점거를 풀었다.
노사는 앞으로 임.단협 본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고 파업 해제와 직장 폐쇄 철회 등의 문제도 해결하기로 했다.
앞서 노조는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지난 6월9일 부분파업에 들어간 데에 이어 6월21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섰다.
노사는 사외이사 선임권 등 여러 사안에 이견을 보였지만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타임오프제 적용을 둘러싼 마찰 때문이었다.
노조는 7월부터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현재 7명인 노조 전임자가 3명으로 줄어든다며 회사 측에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는 만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맞섰다.
결국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사측은 30일 새벽 용역원을 동원해 노조원을 공장에서 몰아내고 부분적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회사는 7월초 일부 복귀한 노조원과 신규 채용한 인력을 중심으로 구미공장의 생산을 재개했고, 노조는 회사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사측과 맞서며 파업사태는 장기화로 접어들었다.
이후 노사는 물밑 대화를 벌였지만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8월19일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당시 상임고문 자격으로 2년여의 칩거를 마치고 정치 일선에 복귀하면서 KEC 파업현장을 찾아 양측에 대화와 교섭을 촉구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노조 측은 10월1일부터 타임오프제를 수용하기로 했고, 인사.경영권 요구도 철회하는 등 사측과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노조는 징계.고소.고발 철회, 손배소 가압류 해제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법과 사규에 따라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사측은 징계나 고소.고발 문제는 교섭 대상이 아니므로 노조의 고집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하고, 노조측은 노조전임자 문제 등에서 양보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사측이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는 사이 회사 측은 노조의 파업에도 가동률이 95%에 이른다고 밝히는 등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자 노조원 200명은 지난달 21일 공장을 점거하는 극단적인 방안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공장 점거 이후 양측의 대화는 중단됐고, 경찰은 전경 등을 동원해 외부인의 출입과 음식물 반입을 막으면서 강제 진압할 뜻을 내비쳤다.
공장 주변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찰은 지난달 30일 지도부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후 지도부 가운데 한 명인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의 체포에 나섰다.
그러나 김 지부장은 체포를 피해 화장실에 들어간 후 몸에 시너를 뿌리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김 지부장은 경찰과 동료에 의해 불이 꺼진 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KEC 사태는 파업과 공장점거에 이어 분신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 5개 야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1일 KEC 구미공장을 찾아 노사간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면서 중재에 나섰다.
그럼에도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은 철야농성을 벌였고, 2일에는 남유진 구미시장과 한나라당 김성조.김태환 의원도 나서 중재를 시도했다.
결국 노사는 이 같은 정치권의 중재 노력에 힘입어 3일 노조가 구미1공장 점거 농성을 해제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한다는 교섭원칙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핵심 쟁점이었던 노조원 징계 등에 있어서도 최소화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앞으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앞으로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생길 수도 있어 KEC 사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노사는 일단 큰 틀에서 합의한 만큼 평화적으로 마무리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