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김준홍 공판과 달리 사뭇 다른 태도…내내 고개 숙여



[신뢰하는 사이]로 알려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최태원> SK회장.

김원홍 전 고문 구속 이후 
최태원 회장과 김원홍 전 고문의
첫 조우가 이뤄졌다.

이날은 SK그룹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빼돌린 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로 기소된 
김원홍 전 고문에 대한 재판 자리 였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설범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원홍 전 해운 고문 공판에 
최태원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 최태원 김원홍, [신뢰]하는 사이였다

둘의 만남은 1999년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을 통해 이뤄졌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한 살 어린 김원홍 전 고문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쓰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홍 전 고문은 최태원 회장이  
수 백억원 투자금을 맡기면
몇 배로 불려 오는 투자 수완을 발휘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 전 고문을 
신뢰하며 그를 통해 투자를 진행해왔다.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 전 고문이 
주가·환율, 미 연준 이자율에 정통했고
덕분에 나도 열린 시야로 경영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2005년부터 최태원 회장은 
선물·옵션 투자금으로 
6,000억원을 김원홍 전 고문에게 건넸다.

김원홍 전 고문이 수천억원을 날렸지만
2008년에도 최태원 회장은 
그에게 1000억원을 추가로 맡겼다.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지자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 전 고문으로부터
[사건을 해명하고 투자금을 반환하겠다]고
약속 받았지만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 전 고문과 관계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첫 조우, 고개 못드는 김원홍

김원홍 전 고문은 
최태원 회장과 공모해 
선물 옵션 투자 선지급금 명목으로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된 상태다.

2011년 초 외국으로 도피했지만
대만에서 체포돼 강제 송환됐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펀드 선지급금인 
SK그룹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횡령해 
김원홍 전 대표에게 보낸 송금한 혐의로 징역 4년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아 
대법원에 상고했다.

미안한 마음 때문 이었을까.

김원홍 전 고문은 
공판 내내 최태원 회장을 향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날 김준홍 전 배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한 공판과는 사뭇 달랐다.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김준홍 전 대표에게 따질듯한 모습을 보였었지만
이번엔 최태원 회장을 힐끔 보는 것 외에는 
고개를 드는 일은 거의 없었다.


◆ 증인 최태원 혐의 부인 [몰랐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지속 부인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원홍이 김준홍의 
펀드 투자를 도와달라고 급하게 요청했다.

실제로 김준홍의 부탁을 대신해주는 것처럼 느꼈다. 

펀드는 신뢰가 생명이다.

투자금 450억원이 중간에서
김원홍에게 송금되는 줄 몰랐고
몇 년 뒤에 법무팀을 통해 들었다.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돼고 난 다음 겨우 알았다.


그리고 김원홍 전 고문 변호사는 
증인으로 선 최태원 회장을 향해
마치 최태원 회장의 횡령 사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질문을 이어갔다.

[범죄행위를 알았다면 알아보고 진행하지 않았겠냐],
[김준홍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SK가 관련됐다 하면 나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냐],
[베넥스 돈이 나갔다 들어왔다는 이야기만 듣고 확인 하지 않았냐],
[자금이 김원홍에게 간 것은 모르지 않았냐]는 식이었다.

변호사는 최태원 회장의 대답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결국 검사는 변호인 신문 말미에
[신문 초점이 김원홍 피고인보다
회장님에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누구를 위한 변호인지 헷갈린다]고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사는 최태원 회장 증인 신문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동안] 
김원홍 전 고문과 [연락을 주고 받았는 지]에 대해 추궁했다.

또한 지난 7월 대만에서 김원홍 전 고문이 체포됐을 당시 
최재원 부회장의 동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SK에서 대만 경찰에 소재를 제보하고 
[김원홍 전 고문을 강제 송환 되도록 
한 것은 아닌지] 캐물었다.

김원홍 전 고문이 
최태원 회장에 대한 수사 문건 등을 
일부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서로 연락하며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 전 고문의 기획 입국설과
상호 협의 사실을 부인했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받으면서 일하는데 
선물 투자로 450억을 한 두 달 쓰기 위해 
전체 투자에 먹칠이 갈 일을 과연 제가 했을까요.”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