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신년사서 [준법경영 정착] 외친지 1주일도 안돼 [뒷돈] 커넥션 터져
  • 현대중공업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이른바 조선 빅3으로 불리지만
    그룹전체 규모로는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압도적인 1등이다.

     

    그런데 윤리적 측면에 있어서는 세계 1위 업체에 못 미치는 듯하다. 
    지난해 [원전비리]로 도덕성이 점점 곪더니
    결국 [납품비리]건으로 곪다가 못해 터져버렸다.  

     

    울산지방 검찰청 특별수사부는 지난 7일
    현대중공업의 전직 부사장 및 현직 상무 등 임직원 13명이
    평균 약 2억 7,000만 원에 달하는 금품을 협력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아와
    법원에 기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 이재성 회장이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준법경영을 정착시켜
    선진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해 나가자”고 밝힌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표된 검찰의 수사 결과다.

     

    울산지검은 현재까지 현대중공업 임직원 12명,
    협력업체 대표 3명 등 총 15명을 구속기소,
    5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총 20명을 재판에 회부한 상태다.

     

    아직 법원으로 넘어가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행동거지를 보면 [김연아 목걸이]도 저리가라다.

     

    전직 부사장이라는 사람은 협력사 대표에게
    납품대가로 1억 3,000만원 상당의 골프회원권을 받아냈다.
    조용히 골프만 치시면 다행인데 자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협력사 대표에게 회원권을 되팔고 양도성예금증서로 한몫 두둑이 챙겼다.

     

    또 차장이라는 사람은 부사장보다도 간이 10배는 컸나보다.
    15억 원이라는 거금을 여동생 명의의 차명계좌로 수수한 것은 물론
    수사 진행 중에도 계속해서 돈을 받아왔다.

     

    현대중공업측은 지난해 11월 사장단인사를 통해
    이건종 그룹 법무감사 실장 부사장을
    그룹 준법경영 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준법경영을 강화했다.

     

    그리고 이번사건과 관련해서
    중징계 및 해고조치를 완료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룹차원에서 기존의 윤리경영과 감사기능을 통합해
    사장 급이 직접 준법경영을 관장하고 있다.

    납품비리와 연관된 임직원들은 모두 중징계 및 해고된 상태로
    회사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현대중공업 홍보실 김인재 전무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곱지 않은 눈초리 쳐다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울산지검 최창호 특수부장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10여명정도가 현직에 있는 인물들이다.

     

    지난 7월 경 수사가 시작됐고 10월 쯤 이들은 체포됐는데
    체포되는 당시까지 대부분이 현직에서 배를 불리고 있던 인물들이란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이후 중징계를 내리고 사표를 수리 했다지만
    “현재는 회사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찝찝한 구석이 있다.

     

    거기다가 전직 부사장이라는 사람은
    지난달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종합상사 고문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계가 없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런 일들이 현대중공업만의 일은 아니다.
    삼성중공업 현직원도 구속된 상태고,
    대우조선해양 얼마 전 크게 홍역을 치렀다.
    안타깝게도 조선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늘상 있는 일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관행이라고 썩고 있는 상처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 ▲ 현대중공업그룹 이재성 회장ⓒ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이재성 회장ⓒ현대중공업

    “우리 사회는 기업 활동에 갈수록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관행적으로 행하여 왔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구시대의 악습을 끊어내고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을 수립하여
    투명하게 집행하고,
    명문화된 법규와 규범에 근거하여
    준법의 원칙을 이행하여야 합니다.그러나 제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내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위험 관리가 상시적으로 가동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이재성 회장 신년사中


    그렇다 누군가는 먼저 칼을 뽑아들어야 한다.
    현대중공업도 신년사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음을 밝혔고,
    세계 1위 업체답게 현대중공업이 그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

     

    더 이상 사고가 터진 후 "나쁜 사람 짤라냈어요, 이젠 그럴 일 없어요"식의 대응은
    곤란하다. 2014년에는 기술력, 수주, 매출액 뿐 아니라
    윤리경영 부문에서도 세계 1등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이 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