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없다던" 김창범 대표 신뢰도 의문 증폭
직원 '고용승계' 불안감 증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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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L&C가 건재사업 부문에 대한 분사(Spin off)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한화 L&C가 전체 기업공개(IPO)는 꺼려지고 건재사업에 대한 부분 IPO를 통해 좋은 가격에 주식을 상장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김창범 한화L&C 대표이사가 밝힌 "한화 L&C 상장 계획은 없다"는 발언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화 L&C에 따르면 TF팀을 꾸려 건재사업 부문의 분사에 대한 일정과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비싼 값에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익이 나는 사업부문에 대한 분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 L&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00억원 대이고 한화 L&C측에 따르면 건재사업 부문의 별도 영업이익은 350억원 정도다. 이와 함께 최근 한화 L&C는 건재사업 부문에 4년간 1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적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즉, 건재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은 없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기업이 일부 사업부문을 분사하는 경우는 △사업특성이 현저히 달라 각부문별 시너지 효과가 없을 때 △큰 조직이 아닌 작은 조직 속에서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키 위한 의사결정 구조의 단순화가 필요 시 △비상장 기업의 경우 자금조달이 필요할 때 부분 IPO를 통한 상장을 목적으로 할 시 등이다.
이번 한화 L&C의 건재사업 부문 분사는 부분 IPO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장 기업인 한화 L&C가 전체 IPO를 통한 상장보다 부분 IPO를 통해 좋은 가격에 주식을 상장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또다른 캐시카우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거나 신사업부문에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창범 한화L&C 대표이사는 최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화케미칼 기업설명회에서 한화L&C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소재와 건재 사업부문을 각각 전문화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IPO에 대해 난립하는 소문의 사전차단과 그간 건재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을 소재부문 육성에 쏟아 건재부문이 불이익을 받은 측면이 있다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문제해결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대외로 알린 것이다.
그러나 TF팀까지 꾸려 건재부문 분사를 계획하고 이를 통한 소재부문 육성 혹은 신사업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김 대표이사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한화 L&C관계자는 이번 건재사업 부문 분사에 대해 "회사에서는 건재사업 부문의 분사 후 소재와 건재 양쪽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해 분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 L&C 내부와 일선 현장에서는 이번 분사를 앞두고 무성한 소문과 직원들은 '고용승계' 등의 문제로 살얼음같은 분위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