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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방식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천편일률식 봉사활동과 인턴십 경력을 우대하지 않는 대신 인문학적 소양 등을 심사한다. 특성화고교나 비수도권 출신 비율을 할당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채용 다변화가 오히려 취업준비생의 고충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100대 1 안팎의 경쟁률을 뚫으려면 어떻게든 지원자를 일렬로 세워야 하는데다 은행별 '맞춤형' 취업 준비 부담이 또 생긴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신입행원 공채의 입사지원서에서 자격증, 봉사활동·인턴십 경력, 해외연수 경험 등을 삭제한다.
신한은행도 입사지원부터 학력, 연령, 어학성적, 자격증 등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서류 심사 때 자격증, 해외연수 경험, 인턴십 경력을 당락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서류 심사와 인적성 검사를 통과할 경우 면접에선 학력, 자격증, 어학성적, 해외연수 경험 등 스펙 관련 정보가 삭제된다.
산업은행 역시 상반기 인턴 70명 가운데 14명을 출신학교,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정보가 없는 '스펙초월 전형'으로 뽑는다.
국민은행 채용 담당자는 "취업용 스펙을 쌓으려고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해이고, 은행이 원하는 인재상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획일적인 스펙 대신 인문학적 소양과 조직 내 소통 능력을 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서류 전형과 필기시험을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1차 면접을 '통섭(統攝) 역량면접'으로 진행한다.
인문학 관련 서적을 주제로 삼아 토론하는 것으로 지원자의 자질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자기소개서에 인문학과 관련된 서적 3권을 읽고 소감과 견해를 서술토록 한다.
우리은행 채용 담당자는 "은행원은 무엇보다 품성이 바르고 원칙과 신뢰에 바탕을 둬야 하기 때문"이라며 "'재탕 자소서'를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마다 독특한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물건을 팔게 해보거나, 장기자랑 시간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은 면접에 '세일즈 프레젠테이션'을 도입한다. 지원자가 무작위로 고른 상품을 소개하도록 해 금융상품 판매 역량과 순발력을 보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4분 PR 코너'를 마련, 지원자 스스로 장기와 강점을 자유롭게 홍보하도록 한다. 하나은행은 '게임 면접'으로 지원자 성향을 파악한다.
학력·전공·연령을 묻지 않는 '열린 채용'은 대세가 됐다. 대신 특성화고 출신이나 지역인재를 할당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성화고 출신 채용 인원을 지난해 140명에서 올해 150명으로 늘리고 오는 25일 채용설명회를 연다.
농협은행은 지난 19일부터 6급 정규직 채용을 시·도 단위로 나눠 출신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소재 지역이나 현재 주소지 권역에서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