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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전셋값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63개월째 올랐다.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해 전셋값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에도 주택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이 전세값 하락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3일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전월 대비로 2009년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매달 상승했다.
이 조사를 시작한 1986년 이래 최장 상승 기록이다. 직전 기록인 2005년 2월∼2008년 10월의 45개월이 1년 6개월째 매달 경신되고 있다.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오름세 직전인 2009년 2월 76.04에서 지난달 106.75로 뛰었다.
지난 5년 3개월간 상승률은 40.4%다. 2억원 짜리 전셋값이 꾸준히 올라 2억8천만원이 된 셈이다.
이 기간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4%,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12.7%였다.
집값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올랐는데 비해 전셋값은 물가상승률의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은 오름세가 더 가파르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70.61에서 108.34로 53.4%,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72.27에서 110.56으로 53.0% 상승했다.
지난달 말 현재 아파트·단독·연립주택을 포함한 전국의 평균 전셋값은 1억5천825만원,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557만원으로 나타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세입자들이 전세로 눌러앉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저금리시대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려 전세 공급이 줄어든 것도 상승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3개월간 서울에서는 강남(47.0%) 전셋값 상승률이 강북(35.4%)보다 높았다.
송파구(59.57%), 서초구(55.0%), 강서구(52.4%), 광진구(51.6%), 강동구(50.4%)의 상승률은 50%를 웃돌았다. 중랑구의 전셋값 상승률이 27.1%로 가장 낮았다.
수도권(39.9%) 전셋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소폭 밑돈 가운데 경기(43.21%), 서울(41.13%), 인천(24.7%) 순서로 상승률이 높았다.
5대 광역시(39.2%)에서는 대구(46.4%), 대전(45.3%), 부산(43.2%), 울산(38.5%), 광주(32.8%) 순이었다.
시군구 전세 중에서는 대구 달서구가 78.1%로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다. 수원 영통(75.1%), 용인 수지(74.3%), 용인 기흥(70.8%)도 70% 넘게 올랐다.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세는 작년보다 둔화하는 추세다. 5월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4%에 그쳤고, 상승세를 주도하던 강남과 송파 아파트 전세값은 지난달 0.04%씩 하락했다.
그럼에도 전셋값 오름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전·월세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좀 더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셋값 안정의 전제 조건인 임대 물량 공급을 확대하려면 임대사업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세원이 노출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제도 도입 초기에 비과세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