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기업들 '잠잠'
월드컵 마케팅 시들한 까닭

2014 브라질 월드컵이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규모는 이전 월드컵보다 시들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컨틴전시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삼성전자,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JTB 등이다. 삼성전자는 삼성화재에 롯데쇼핑·하이마트·JTB는 롯데손해보험에 컨틴전시보험을 가입했다.

컨틴전시보험(Contingency Insurance)이란 날씨·행사 등 특정한 결과를 전제로 예정된 사건이 현실화 됐을 때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예를 들어 '월드컵 16강 진출시 경품 증정'과 같은 이벤트를 실시했을 경우, 실제 월드컵 16강 진출이 이뤄지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위해서 가입한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컨틴전시보험 가입건수는 2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월드컵은 4건으로 5분의 1에 불과하다.

◇ 세월호 애도 분위기 월드컵까지 이어질듯

월드컵 마케팅이 시들한 가장 큰 이유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애도 분위기로 꼽힌다.

세월호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은 덜 쓰고 덜 즐겼다. 백화점과 마트 매출이 뚝 떨어지고 주요 내수기업들의 실적전망치도 대부분 하향됐다. 정부는 이달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브라질은 축구를 왜 새벽에 하나요?

월드컵이 열리는 시간도 마케팅에 악영향을 미친다.

브라질은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로 시차가 12시간이다.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에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잠을 잘 시간'이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기 힘들다.

김현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대표팀 경기를 포함한 경기 대부분이 새벽에서 오전 시간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광고 수익의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축구 대표팀 인기 예전만 못해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낮아진 점도 한몫한다.

국민 영웅 박지성 선수의 은퇴 이후 확실한 '스타 선수'가 없는 점도 문제지만 대표팀의 실력 자체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가 발표한 6월 축구 세계랭킹에서도 한국은 57위로 2계단 하락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이번 월드컵만큼 대표팀에서 생소한 선수가 많았던 적은 처음이다"며 "대표팀 실력도 의문인데 벨기에·러시아 등 강팀과 한 조인만큼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인 히딩크 감독도 네덜란드 일간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재능있는 팀이지만 벨기에, 러시아와 같은 조인 점이 아쉽다"며 사실상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