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경제연구기관 성장 전망치 일제히 낮춰세월호 참사 여파… 민간소비 증가율 바닥으로
  • ▲ ▲ 한국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렸다. 사진은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가 하반기 경제 전망을 설명하는 모습. ⓒ 연합뉴스
    ▲ ▲ 한국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렸다. 사진은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가 하반기 경제 전망을 설명하는 모습. ⓒ 연합뉴스


2014년 하반기 대한민국 경제와 관련,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 많은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이는 올해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여러 기관들이 상반기 4%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얼마나 지속할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전망치 하향 조정이 하반기에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은 10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4.0%에서 3.8%로 0.2%포인트 내렸다.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수정 배경에 대해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반영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것"이라며 "그 외 최근 실적치 등을 고려해 건설투자 증가율도 소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한은이 경제성장 전망치를 수정함에 따라 성장률 전망 하락은 공식화됐다.

한은의 발표에 앞서 경제연구기관들은 하반기 경기 전망에서 일제히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린 바 있다. 일부 연구기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심리가 악화해 더블딥(반짝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가장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월호 참사 한 달 후인 5월 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낮췄다.

금융연구원은 4.2%에서 4.1%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으며,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3.5%에서 3.4%로, 현대경제연구원은 4.0%에서 3.6%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가 침체될 경우 경기부진이 더블 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정책당국이 이날 경제전망치를 수정한 데 이어 재정당국도 이달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8일 인사청문회에서 "회복세가 아주 미약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겹쳤고 세계 경제 위험도 커졌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3.9%를 하향 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분기 GDP 성장률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나온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5월까지의 실적을 토대로 추계한 것이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경제 여파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만 내린 것은 사실 큰 변화라고 볼 수 없다"라며 "단기 충격인 세월호 참사 여파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서는 3개월 만에 0.2%포인트 이상 급격히 수치를 조정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10월께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도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 대한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췄지만 이 수준도 잠재성장률 수준에는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하방 리스크가 크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신운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세월호 참사의 경제 여파는 경제주체의 심리와 관련되기 때문에 지속 여부를 아직까지 100%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며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은 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