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직면한 유화업계, 원가절감·긴축경영 체재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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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 또한 우울한 성적이 예상되는 정유·화학 업계가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지속되는 정제마진 악화로 정유사업 부문의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 자급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석유화학 부문 역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어두워진 업황이 언제쯤 회복될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14일 금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매출은 16조1368억원, 영업이익은 204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2%, 영업이익은 48% 감소한 수치다.  


    GS칼텍스는 올 2분기 약 15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에쓰-오일(S-OIL)은 매출 7조5763억원, 영업이익 577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2%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 나홀로 호황을 맞았던 현대오일뱅크만이 2분기에도 매출액 4조8974억원, 영업이익 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5%, 영업이익 66%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저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출장 경비 등 부서 운용비용은 물론 R&D(연구개발) 투자 비용까지 줄이는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지난 3일 SK이노베이션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R&D 투자비용은 3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억원 이상 삭감됐다. 다른 부문에서는 R&D 부문보다 더 많은 예산을 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실적 개선을 위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매주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예산 절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SK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경기 용인 SK아카데미에서 이틀간 합숙 행사를 갖고 끝장토론을 벌였다. 악화된 경영실적과 옥중에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 등 그룹 내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다. 

    당시 최 회장은 옥중서신을 통해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뛰어 주고 있는 경영진과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SK의 역사가 위기 극복을 통해 성장해온 만큼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해달라"고 당부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시행하면서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통합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는 등 기존 임원 단위 조직 및 임원 수를 각각 15% 이상 축소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9일 GS타워에서 열린 올 3분기 GS 임원모임에서 "경영환경이 여전히 어렵고 불확실하며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제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또한 지난 4월 조직개편을 통해 홍보와 대관 등 유사 업무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임원 수를 줄인 바 있다.

    화학업계도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천 중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2분기 매출액 2조원, 영업이익 58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한화케미칼은 자사의 원가절감 활동인 'HOT(HanwhaChemical Operational excellence TOP, 고성과 문화 형성의 운영혁신 활동)'를 전사로 확대했다. 생산 현장에서만 적용하던 원가절감 활동을 R&D, 본사 지원부서, 연구소, 해외사업장 등 모든 부서로 확대해 전체적인 원가절감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전사적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비상경영 체재를 이어가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상반기 전략 발표시 "줄일 수 있는 비용을 모두 줄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효성은 최근 전주와 울산 공장 직원들에게 쿨스카프, 얼음 조끼, 쿨토시 등을 지급해 냉방비용 절감을 꾀했다. 또한 직원들의 해외 출장시 외국 항공사 이용 비율을 기존 35%에서 50%로 늘리고 최저가 항공편을 이용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지난 5월 CEO레터를 통해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경영위기"라며 "위기의식을 갖고 비용 10%를 절감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에너지 비용절감에 힘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 공장 제2에너지 증설을 결정해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한다. 이로써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와 스팀을 생산해 쓰고 남는 에너지는 인근 공장에 판매해 부수입을 챙길 수 있다.

    LG화학은 오는 10월 여수 NCC 공장 대정비를 통해 신규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여수 NCC 공장 에너지 원단위(제품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를 낮춰 에너지 소비량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올해부터 경기가 풀릴 것으로 예측했으나 3분기에 접어든 지금도 정유·화학 업계에 드리운 어두운 전망이 언제쯤 밝아질지 섣불리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각사의 긴축경영과 비용절감 노력은 당분간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