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수의 크리에이티브 산책] 날마다 노트북의 웹캠으로 일기를 녹화하는 알렉스(토퍼 그레이스Topher Grace 분)에게는 이상한 '병'이 있다. 그는 아침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깨어난다. 어느 날은 대머리 중년 남성으로 또 어느 날은 아시아 소녀로 또 어느 날은 흑인 청년으로 깨어난다.
이따금 잘생긴 청년의 모습으로 깨어나는 날이면 알렉스는 하룻밤 짜리 사랑을 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파트너가 깨어나기 전에 살그머니 도망쳐야 한다. 누구도 하룻밤 이상 사랑할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고가구 상점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아가씨 레아(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Mary Elizabeth Winstead 분)를 보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알렉스는 매일처럼 먼 발치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잘생긴 청년의 모습으로 깨어나기만 기다린다.
여러 모습의 알렉스를 연기한 것은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이었다. 대중매체에 넘치는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남녀들의 모습을 보며 위축됐던 일반인들이 알렉스를 뽑는 '오디션'에 기꺼이 응모했고, 이들은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태어난 아침, 자신의 모습을 '도시바' 노트북 화면을 통해 확인하며 '오늘은 안 돼'라고 절망하는 알렉스의 모습을 훌륭히 연기해냈다.
마침내 매력적인 청년의 모습으로 깨어난 아침, 알렉스는 자신 있게 레아를 찾아가고 둘은 박물관에서 꿈 같은 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다시는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알렉스,그를 그리워하는 레아, 두 사람은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레아'라는 이름은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야곱의 첫 번째 아내로 등장한다. 성경 속에서는 아름답지 않은 외모 때문에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하지만 자기 몸으로 장자 르우벤을 비롯해 여섯 아들과 한 딸을 낳았다. 이 때문에 레아는 외모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전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도시바' 노트북이 이 환상적인 동화를 만들어낸 의도도 바로 레아의 교훈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노트북이나 PC면 의례 '인텔' 프로세서가 들어있게 마련이어서 강조하기도 새삼스러운 일이다.그럼에도 도시바는 이 인터넷 필름을 통해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이라는 모두가 알고 있어도 좀처럼 공감되지 않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람들은 도시바가 전하는 이 메시지에 열광했고 남녀를 불문하고 알렉스에게 공감했다. 알렉스의 수많은 모습들을 공식 오디션을 통해 일반 대중들 중에서 선정하며 일반인들의 공감을 극대화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여섯 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 인터넷 필름은 2013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브랜디드 콘텐트&엔터테인먼트, 사이버, 필름 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받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상을 차지했다.
광고 필름으로서 최초로 에미 상을 받아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3년생의 젊다 못해 '어린' 드레이크 도리머스(Drake Doremus)가 감독인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