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군별 업무 적합성에 중점, SSAT 보는 인원도 대폭 줄 듯
  • ▲ 삼성그룹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관련 사진 ⓒ삼성그룹
    ▲ 삼성그룹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관련 사진 ⓒ삼성그룹

     

    삼성그룹의 3급 신입사원 공채 시스템이 내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확 바뀐다. 

    기존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와 실무·임원 면접에 추가로 직무적합성 평가와 창의성 면접 등 2개의 관문이 신설되면서 삼성의 취업문을 두드리는 지원자들은 총 5단계를 거쳐야 한다. 삼성은 조금은 복잡해진 새로운 공채 시스템을 통해 직군별로 최적의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명칭만 다를뿐 사실상 서류전형 부활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삼성은 "직무에 관련된 부분만 추출해 검증할 뿐 출신대학, 평점, 자격증, 어학연수 여부 등 일반적인 서류전형에서 보는 항목들은 전혀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은 5일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시험 위주의 획일적 채용방식을 직군별로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3급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날 삼성 서초사옥 브리핑실에서 "입사 후 우수 직원들의 업무성과 요인 등을 분석해보니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능력과 업무성과 간의 연관성이 높은 반면 영업·경영지원 직군은 전공능력과 업무성과 간 연관성이 낮았다"면서 "직군별 성과요인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글로벌 주요기업 사례 등을 분석했고 이를 개편된 채용 제도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확 바뀐 삼성 공채, 특징 3가지
    바뀐 삼성의 채용 시스템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직무적합성 제도 도입
    먼저 다양한 직군별 직무역량 평가를 위해 '직무적합성 제도'를 도입했다. 직무적합성 제도는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출신 대학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 등은 일체 반영하지 않는다. 단,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들만 SSAT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직무적합성 제도'는 지원 직군별로 평가 기준이 다르다.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의 경우 지원자의 전공능력을 위주로 평가한다.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얼마나 충실히 이수했는지, 얼마나 어려운 과목을 들었는지, 또 얼마나 좋은 점수를 취득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대학별 차등은 두지 않는다.  

    영업직과 경영지원직의 경우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전공 능력보다는 직무 적성 적합도 위주로 평가한다. 이 직군의 경우에는 지원시 '직무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직무 에세이를 통해 삼성은 지원자들이 평소 하고 싶은 직무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험을 해 왔으며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해 왔는지를 가려낸다. 예를 들어 영업직의 경우는 리더십, 팀워크, 사교성 등을 갖춘 지원자는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이준 팀장은 "직무 에세이는 일반적 자기소개서와는 다르다. 글을 잘 쓰는 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직무와 관련된 구체적 콘텐츠만을 본다"면서 "직무 에세이를 허위로 작성해내는 지원자들은 1박 2일 간의 심층 면접을 통해 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SSAT 부담 줄여
    두번째로는 SSAT에 대한 부담을 확 줄인다. 삼성은 SSAT도 다양한 직군별 특성을 반영해 보완하기로 했다.

    연구개발·기술 직군은 전공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공을 충실히 이수한 지원자에게 상당한 가점을 줘 SSAT의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가점은 전공에 따라 주는 방식이 아닌 지원자의 지원 직군에 따라 부여된다.

    가점을 잘 받기 위해서는 수학이나 물리 같은 기초과목을 포함해 전공 과목을 심화과정까지 폭넓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직군의 경우 약 4시간 가량의 소프트웨어 역량 실기 테스트를 실시해 코팅과 알고리즘 등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선발한다. 이 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는 SSAT 시험이 면제된다.

    -창의성 면접 도입

    삼성은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기존 실무·임원 면접 중간 과정에 창의성 면접을 새롭게 도입한다.

    창의성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 위원의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독창적 아이디어와 논리전개 능력 등을 평가한다. 또한 직군별로 다양한 직무 역량을 보다 심층적으로 평가 위해 면접 방식과 내용, 면접 시간 등도 직군별로 다르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 ▲ 삼성그룹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관련 사진 ⓒ삼성그룹

     

    △삼성 공채 개편 후 예상되는 변화

    -더욱 까다로워지는 삼성 채용문

    새롭게 바뀐 삼성그룹 공채 시스템은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더욱 까다로워졌다. 삼성 입장에서는 직군에 더욱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채용 시스템을 개편·보완 하는 계기가 됐지만 삼성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에게는 부담이 배가 되는 셈이다.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 지원자들은 전공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영업·경영지원 직군 지원자들은 본인의 희망 직무와 관련성이 높은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은 지원자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 공채부터 채용제도 개편을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SSAT에만 매달려 온 취업 지원자들은 새롭게 신설되는 직무적합성 평가와 창의성 면접에 당장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은 지방대 35%, 저소득층 5%  할당 채용제를 유지하고 학력, 성별과 같은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원자의 실력만으로 평가한다는 열린 채용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SSAT로 인한 사회적 비용·부담 절감 효과

    이번 채용 제도 개편을 통해 삼성은 그동안 지적받아 온 SSAT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를 상당부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지난 1995년부터 일정 수준의 어학 성적과 학점을 갖춘 지원자 모두에게 SSAT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시스템을 고수해 왔다. 때문에 매년 20여만명이 SSAT에 몰렸고 실시 비용으로만 연 1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등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거기다 매년 SSAT에서 떨어지는 19만명이 갖게되는 반(反) 삼성 감정에 대한 부담도 해소될 전망이다.

    삼성은 "SSAT 응시 인원을 줄이기 위해 채용제도를 개편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과거보다 응시인원은 줄게 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응시인원과 관련 비용 등은 확실히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초 발표했던 총장 추천제는 이번 공채 지원 개편에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총장 추천제는 검토 예정이 없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직무적합성에 집중한 채용 방식, 다양성 제약 우려도

    삼성이 이번에 발표한 채용 개편안은 '지원자가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가'를 보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특히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의 경우, 영업·경영지원 직군에 비해 '전공 능력'을 집중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준 팀장은 "연구개발·기술 직군 지원자들은 전공 공부에 어느 정도로 집중했는가를 평가하게 된다"면서 "전공과목을 몇 개나 이수했고 얼마나 난이도가 높은 과목을 많이 들었으며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취업경쟁이 심화되면서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취업을 목표로 한 대학생들은 개편된 삼성 공채 시스템에 맞춰 전공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학부에서 전공을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으나, 전공에 관련없이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폭넓게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대학 시절에 어느 정도 제약을 거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양 과목에 대한 의무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삼성은 올해 채용이 마무리되고 내년 경영 계획이 수립되는대로 내년 채용 인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 ▲ 삼성그룹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관련 사진 ⓒ삼성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