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샤오미? "베끼기도 경쟁력...자고나면 순위 뒤집혀 시장 판이하게 다른데...
  • ▲ Ascend Mate7. ⓒ화웨이 홈페이지 캡쳐.
    ▲ Ascend Mate7. ⓒ화웨이 홈페이지 캡쳐.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무주공산'에 가깝습니다. 화웨이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먼저 세워야 할 때입니다."

    중국 화웨이의 한국시장 공략에 대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계의 냉소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과 한국시장이 판이하게 다른 상황에서 섣부른 도전이라는 평가다.

    화웨이는 지난 9월 'X3' 스마트폰을 들고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또 스마트폰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화웨이가 중국기업 최초로 한국시장 문을 강하게 두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3억 중국시장, 즉 안방에서도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5000만 한국시장에 집중하다,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무주공산 중국시장 '자고나면 순위 뒤바껴'

    실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자고 나면 점유율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혼돈 상태다. 10여개 기업이 10%대 안팎의 점유율을 달리며 사실상 고만고만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확실한 승자가 없다보니 '충성 고객'도 없다.

    지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18%), 레노버(Lenovo, 12%), 샤오미(Xiaomi ,11%), 쿨패드(Coolpad,10%), 애플(Apple, 10%) 등의 순이었다. 2분기에는 삼성(15.40%), 샤오미(13.50%), 레노버(10.80%), 쿨패드(10.80%), 화웨이(Huawei, 8.30%) 등이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랐다. 애플은 6위로 밀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3분기에도 업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은 이어졌다. 샤오미(15.4%)가 삼성(13.3%)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는 점 외엔 전분기와 비슷한 모양새다.

    이처럼 중국시장은 '스마트폰 황제' 자리를 두고 도토리 키재기식 전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샤오미, 레노버, ZTE, 쿨패드 등 다른 중국기업들에 비해 높은 원천 기술력을 앞세워 자신들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스마트폰 성능을 비교해 보면 디자인이나 기술력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외모는 삼성이나 애플의 제품을 베끼고, 부품의 경우 삼성 등 공급이 제한적인 시장에서 구해사용한다. 사실상 값싼 인건비를 활용한 값싼 짝퉁제품 만드는 수준일 뿐이다.

    ◇ 화웨이가 중국기업 중 기술력 최고? '글쎄'

    현재 중국 1위 기업인 샤오미의 스마트폰도 화웨이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가성비(가격과 성능)에선 샤오미가 낫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이유로 샤오미는 중국시장 1위 자리에 올랐으며, 급기야 샤오미 짝퉁 제품까지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 주력 휴대폰을 비교해 보면, 우선 샤오미 
    MI4의 경우 ▲크기 139 67.5 8.9mm ▲무게 149g ▲디스플레이 5인치 1920x1080 화소 Full HD IPS LCD ▲CPU 퀄컴 스냅드래곤 801 2.5z 쿼드코어 ▲랩 3GB ▲카메라 전면 800만·후면 1300만 화소 ▲배터리 3080mAh ▲출고가 1999위안(약 35만8000원) ▲색상은 블랙·화이트 두종이다.

    회웨이의 X3 역시 크기 139.4 69.5 7.6mm ▲무게 135g ▲디스플레이 5인치 FHD 1920x1080 화소 ▲CPU 옥타코어 프로세서 ▲랩 2GB·롬 16GB ▲카메라 전면 500만·후면 1300만 화소 ▲배터리 3000mAh ▲출고가 52만8000(국내 기준) ▲색상 블랙·화이트 등이다.

    샤오미 MI4의 스펙은 화웨이 X3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Full HD IPS LCD를 채택해 화질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제품 크기도 비슷하다. 무게는 14g 무겁지만 이는 메탈 외관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또 본인의 얼굴사진을 찍는 걸 즐기는 이른바 '셀카족'에게는 전방 카메라 화소가 300만이나 뛰어난 샤오미 MI4가 더 적합한 스마트폰일 수 있다. MI4에는 갤럭시 S5와 LG G3와 같은 사진 보정기술(HDR)까지 들어가 있다.

    디자인도 MI4가 뒤쳐질 게 없다. 색감과 느낌이 아이폰을 빼닮아 X3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역설적으로 '아이폰의 짝퉁'이라 비판을 받을 만큼 아이폰과 비슷하다.


    ◇ '짝퉁' 샤오미?... "중국선 베끼기도 경쟁력"

    화웨이를 비롯한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샤오미를 공격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짝퉁'이다. 원천 기술 없이 베끼기로는 시장을 지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에서는 이런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심하게 표현하면 중국에는 짝퉁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우리와 달리 베끼기 제품을 막는 '판매금지 가처분'이라는 법이 아예 없다. 심지어 디자인을 베껴, 그만큼 유명세를 탄만큼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분명 원천 기술력에선 화웨이가 샤오미를 크게 앞서 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베끼는 실력도 하나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제3의 도전자가 나타나 샤오미와 화웨이 모두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게 중국시장이다.

    특히 화웨이가 한국시장 공략과 함께 팬택 인수와 R&D센터까지 구축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다른 꼼수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만 쌓인다.

    우선 팬택 매각의 경우 유찰이 된 만큼, 사실상 제대로된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거나 참여조차 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입찰 참여 의사만 내비친 후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정보만 들여다 본 셈이다.

    게다가 한국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야심차게 지사를 설립했지만, 곧바로 철수한 상태다. R&D센터 구축 역시 한국의 우수인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 꼼수 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기업들이 안방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면서 "앞으로도 중국시장은 지금처럼 중국업체가 상위권을 휩쓸겠지만, 업체 이름은 계속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