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제대로 해나가겠다"...'분위기 쇄신-위상 곧추세우기' 시도
  •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뜬히 통과하면서 경제계가 정 후보자의 발언 톺아보기에 분주하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수장의 발언을 통해 향후 경쟁당국의 정책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심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톤다운을 기대했던 재계는 정 후보자의 소신 발언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 후보는 청문회에서 주목할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대기업 총수 연봉을 공개하고 사외이사 등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임 노대래 위원장은 "총수연봉 공개 논의는 경제민주화와 직결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금산분리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기업 피해자에 대한 집단소송제는 확대돼야 한다고 했으며 은행의 금리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빠른 시간 안에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규제하는 법률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며 제대로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벌기업에 대한 압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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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 정 후보자에 대한 내외의 세평은 "온건하고 무난하다"는 쪽에 비중이 실렸다. 공정위 후배들은 "일을 새롭게 벌이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관리형에 가깝다"면서 "칼을 휘두르기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둔 정부의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는 "과거 국장이나 상임위원 시절에도 어떤 일이든 앞에 나선 적이 없었다"며 "부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신과도 거리가 멀다"고도 했다. 시민단체나 야당에서도 "후보자가 부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물가조사권 남발, 4대강 입찰 담합, 경제 민주화 입법 등으로 시끌했지만 정작 후보자의 발언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몇몇 발언을 놓고 당장 그가 소신형으로 탈바꿈했다고 평하기는 이르지만 공정당국 수장으로서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취임전이지만 정 후보자는 벌써부터 공정위 업무에 깊숙히 개입하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CJ CGV, 롯데쇼핑 등이 영화관 몰아주기에 대해 500억원 이상의 자진 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이례적으로 거절했다. 동의의결 신청 첫 거부사례다. 그는 합리적인 처사였다고 평했다.

     

    위원장 교체를 앞둔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척결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 후보의 의중이 적잖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해당건에 대한 제재심의도 그의 취임이후로 늦춰졌다. 정재찬호 공정위의 재벌정책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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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는 또 최근 공석이던 카르텔 국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어차피 새 위원장 취임후 연말께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장급 한자리지만 먼저 인사를 실시한 데는 그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덕담이 오가던 청문회장에서도 그는 이전과 달리 야당의원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공정위에서만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후보자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관련한 중요 제도인 지주회사가 어떻게 도입돼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모르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하자 정 후보자는 "제가 천재도 아니고 히스토리를 전부 외우기에는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며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한 건데 공정위원장 자질 여부까지 따지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 후보는 또 시장 선점기업의 독점 남용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허니버터칩 끼워팔기, 이케아 고가판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불공정 등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거침없이 내비쳤다. 카르텔조사단장 당시 국민생활에 밀접한 분야의 담합 적발을 가장 보람있는 성과로 꼽은 정 후보는 공기업과 건설사, 국제카르텔 등에 대해서도 원칙있는 대처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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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후보는 이번 청문회에서 유난히 '소신'과 '원칙', '책임'을 강조하며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을 고치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공정위와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공직생활로 여겨 시장의 파수꾼으로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정재찬號의 공정위가 예상보다 한결 깐깐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