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베스트 필름 부문 동상 작…'제임스본드 아닌 대다수 위한 차' 강조

BMW가 첫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영화라고 불리는 ‘고용(The Hire)’을 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자동차들은 수많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그 중엔 배트맨 시리즈의 배트모바일(Batmobile)처럼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고유한 모델도 있는가 하면, 007 시리즈에서처럼 실재하는 자동차 모델을 PPL(Product Placement) 방식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자동차를 영화에 제공하는 건 엠블럼이 클로즈업 되지 않더라도 대단한 효과가 있다. 자동차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본드가 타고 다니던 그 차 이름이 뭐야?” 정도의 의문은 흔히 갖게 된다.

SNS가 일상화되기 이전엔 그 정도의 대화만 촉발할 수 있어도 대단한 것이었다. 아마도 과거 007 영화는 애스톤 마틴, 벤틀리, 재규어, 사브 등이 우리나라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는데 큰 공헌을 했을 것이다. 


  • 그런데 멋들어진 스포츠카도 아니고 럭셔리카도 아닌 폭스바겐은 어떤가? 출연 횟수로 보자면 폭스바겐은 유럽 영화계에서 단연 1위, 미국영화계에선 못해도 5위 안에 들 것으로 추정된다. 단지 주인공이 아닐 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를 탄 주인공이 BMW를 탄 악당을 쫓을 때,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지나가다가 겁먹고 브레이크 밟는 주부들이 모는 밴이 주로 폭스바겐이다. 

    지난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렸던 유럽 지역 광고제 유로베스트(Eurobest)에서 필름 부문 동상을 받은 폭스바겐 광고 ‘버스’의 액션영화 같은 도입부는 그래서 보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탈옥수가 시내버스를 탈취했다. 버스 안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이내 야무지게 생기긴 했지만 도무지 영웅의 차로는 보이지 않는 폭스바겐이 버스를 추적한다. 

    폭스바겐 조수석에 앉았던 주인공(?)은 달리는 차의 선루프를 통해 보닛으로 올라간다. 버스 뒤에 바짝 붙은 폭스바겐. 주인공은 손을 뻗어 버스에 옮겨 타려 한다. 하지만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운전하던 동료에게 좀 더 붙여 보라고 눈짓하지만, 동료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럴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망할 폭스바겐의 ‘안전거리 제어 시스템’ 때문에 더 이상 버스 뒤에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막간의 자막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아는 듯, 80년대 분위기의 촌스러운 글자체로 외친다. ‘안전거리 제어 시스템, 영화를 위한 게 아니라 실생활을 위한 거예요.’ 그리곤 덧붙인다. 폭스바겐은 (블록버스터가 아닌) 독립영화를 후원하고 있다고. 

    맞다. 이 세상 사람들의 90% 이상은 폭스바겐 밴을 타고 출근하고, 장 보고, 아이들을 데리러 다니는 ‘따분한 독립영화’속 주인공 역할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폭스바겐의 ‘타겟 오디언스’인 것이다. 

    지난 6월 "Sorry I Spent It on Myself" 캠페인으로 칸 라이언즈를 휩쓸었던 영국 Adam&EveDDB가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