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한 V12기통 심장, 단단한 주행성능
  • [박봉균의 시승기] '최고시속 295km의 6000cc대 애스턴마틴의 느낌은 어떨까.'
    영화 007시리즈에서 본드카 추격신으로 손에 땀을 쥐게했던 애스턴마틴 DB시리즈를 직접 시승하는 행운을 얻었다.

    운전을 잘 한다고 해도 고출력 스포츠카는 차종마다 컨트롤하는 방법이 달라 처음 운전대를 잡고 무리하게 운행을 하면 자칫 사고를 낼 수도 있다. 특히 3억을 넘는 슈퍼카 '애스턴마틴'은 운전실력이 뛰어난 프로라도 처음 대한다면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애스턴마틴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DB9 볼란테. '007 제 21탄-카지노 로얄'에서 주인공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카로 등장한 모델인 애스턴마틴 DBS가 DB9을 기반으로 했다. 
     
    ◇이안 컬럼이 완성한 근육질 몸매=애스턴마틴은 작년 9월 국내에 첫 공식 진출하며 슈퍼카시장에 새포문을 열었다. 애스턴마틴 DB9 볼란테는 밴티지 모델과 함께 국내에서도 인기모델이다.

    디자인은 이안 컬럼(Ian Callum)이 완성했다. DB9의 외관 디자인은 애스턴마틴의 브랜드 이미지를 상징한다. 첫 인상은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유려한 슈퍼카라기 보다는 근육질의 스포츠세단에 가깝다. 후면 디자인은 듀얼 머플러팁과 두툼한 범퍼는 높은 안정감을 강조했다. 측면은 후륜구동 특유의 늘씬한 차체라인이 물흐르 듯 군더더기가 없다. 도어에 내장된 도어 핸들은 일체감을 높이는 요소다. 
     
    실내 디자인은 대부분의 패널을 가죽으로 감싸 고급스럽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구성하는 버튼과 클러스터의 디자인은 금속 공예품을 보는 것처럼 정교해 보인다. 손바닥을 둥글려 감싸 앉는 느낌의 시트는 편안하다. 고급스럽지만 지나치게 부드럽지 않은 가죽은 내구성에서도 실망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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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0cc, 12기통 거함(巨艦)=DB9은 6리터 V12기통 자연흡기 심장에 최고출력 517마력, 최대토크 60.8kgm를 발휘한다. 터치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시간은 4.6초. 제원상 최고속도는 295km/h.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키홀더에 스마트키를 꼽아 누르면 V12기통 심장이 '부다다다당~~' 낮은 배기음을 내며 마음을 설레게한다.

    잔뜩 어깨에 힘을 주면서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생각보다 스타트가 민감하진않다. DB9 볼란테는 기본적으로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에 맞춰져 있다. 1단 2000rpm까지 올라서 갑자기 시트가 강하게 등을 때린다. 토크(엔진이 뿜어내는 힘)가 급상승하며 미사일이 발사되듯이 달려나간다. 1단에서 2단으로 바뀌면 가속력은 '야수 수준'으로 바뀐다. 스톱워치로 측정한 제로백은 4.6초정도로 제원과 비슷하다. 

    직선도로에서 잠시 200km/h를 유지한 뒤 다시 가속페달을 끝까지 눌렀다. 일반 3000cc급대형 세단들이 100km/h에서 급가속하는 느낌과 비슷한 양으로 속도가 붙어나갔다. 400마력에 차량중량 1800kg인 BMW M5만해도 200km/h에서 급가속을 하면 튀어나간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지만 DB9은 가속을 해나간다. 속도계는 금방 250km/h를 넘어섰고 계기판의 바늘은 290km/h에 이르러서야 정지했다.

    출력의 최대 크기도 중요하지만 최대 출력을 향해 가는 과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즉 낮은 RPM에서부터 두터운 토크로 차를 힘있게 밀어주고 최대 토크가 나오는 지점이 2500RPM정도로 낮으면서 이를 5000RPM까지 끌고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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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한 주행감, 성숙된 핸들링=애스틴마틴 BB9의 심오한 부분은 멋진 핸들링과 코너링을 만들어내는 서스펜션이다. 여기에 승차감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수준급 경지라 할만하다. 폭발적인 출력 때문에 커브길에서 조금만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엉덩이가 흔들리지만 ESP가 작동하며 차체는 급작스러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안정적인 컨트롤이 가능하다.

    승차감은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타입이다. 시승한 영종도 일대의 거친 노면과 과속방지턱에서도 운전자에 충격전달은 억제돼 있다. 컨버터블에서 들리기 쉬운 풍절음도 들리지 않는다.

    물론 파워풀한 주행에 따른 대가도 따른다. 공인 연료소비효율이 6.5km/ℓ에 불과하며 제법 달렸다 싶으면 연비는 3km대로 떨어진다.

    애스턴마틴은 차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승한 DB9 볼란테에서 DB는 1947년 애스턴마틴을 인수한 데이비드 브라운의 이니셜을 의미하고, 9는 개발 순서를 나타낸다. 또 볼란테는 애스턴마틴 라인업에서 컨버터블 모델을 의미한다.

    공식수입사인 애스턴마틴서울은 현재까지 DB9 물량이 소진된 상태라, 20여명이 넘는 계약자 가 출고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올 상반기에는 엔트리 모델인 V8 밴티지가 상륙할 예정이라 애스턴마틴 마니아에겐 기대되는 한 해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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