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에게 거짓 진술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30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는 박창진 사무장과 증거인멸·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 상무 사이에서 오간 약 20분 간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이 공개됐다.
녹취된 파일에 따르면 박 사무장은 "회사도 아니고 국가 기관인 국토부에 어떻게 거짓 진술 하냐"면서 "저는 지금 죽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여 상무는 "왜 울고 그러냐. 내가 너보고 이 일을 책임지라고 했냐"며 "결과적으로 우리 얼굴에 침 뱉는 거니까 좀 전반적인 경위를 누가 들어도 이해가 되게 하자"고 설득했다.
또 "국토부가 검찰도 아니고 모두 대한항공에 있다가 간 사람이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며 "한 달 있으면 다 잊혀진다"고 회유했다.
이어 여 상무는 "이번 일이 잘 수습되면 너를 잊지 않겠다"며 "부사장님이 너보고 '내려'라고 한 게 아니라 '승무원이 잘못했으니 내리는게 어떠겠냐'라고 말한 것이라고 조금 완화시켜서 말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들은 박창진 사무장은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이야기 하겠다"라고 답한 뒤 실제 국토부 조사에서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거짓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증인 신분으로 참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을 비롯한 '땅콩 회항' 관련된 임직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제 딸의 잘못으로 상처 입은 승무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아울러 회사의 임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오전 회사 사내 의료진과 상담을 마쳤으며 내달 1일부터 정상 출근할 예정이다.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한 다음 공판은 내달 2월 2일 오후 2시 30분에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