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변경인가 두고 책임 미뤄국민권익위원회 답변 요구도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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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시 종로구 '사직2구역' ⓒ뉴데일리경제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책임 떠넘기기에 피해를 보고 있다. 주민들 생활권도 고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탁상행정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사직터널 입구 옆, 좁은 골목길을 지나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사직2구역'에 들어섰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자 거미줄과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가옥들이 줄을 이었다. 많은 집이 사람 손길이 닿은 지 오래된 모습이었다.
한 60대 주민은 "주거 환경이 열악해 조속히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며 "새 아파트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셨다.
총 190가구가 모여 살던 사직2구역. 하지만 사업이 난관을 겪자 빈집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절반 가까운 주민이 마을을 떠났다. 이 때문인지 마을은 행인조차 드물었고 화재와 보안에 취약한 상태였다.
이곳은 2012년 9월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졌다. 사직동 일대 3만4268㎡ 부지에 총 456가구가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었다. 당시에도 한양도성 성곽이 사업지와 가까워 공사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문화재 주변 사업을 위해선 문화재청 심의위원회의 허가를 득해야 한다"며 "사업시행인까까지 법적인 절차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조합은 소형평형 위주인 단순 설계변형을 진행, 2013년 10월 사업시행변경인가(486가구)를 접수했다. 새 보금자리를 꿈꾸던 사직2구역 주민들의 단꿈은 멈춰진 상태다.
사업시행변경인가가 미뤄지고 있어서다. 조합측은 시가 2017년 총 연장 18.6㎞의 서울 한양도성 성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직2구역뿐 아니라 한양도성 성곽 주변에 많은 마을이 포함돼 있다. 사업 방향에 대해서 관계부서와 검토하고 있다"며 "단 사업인허가권은 구청에 있으므로 최종 책임은 종로구청에 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업인허가권자인 종로구청은 시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서울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사직2구역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게 구의 입장"이라면서도 "단 서울시가 유네스코 문화재 등재를 추진한다면 조합을 설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사직2구역 조합원들은 막대한 금융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지금까지 토지매입, 금융비용 등 300억원 넘는 비용이 소요된 상태다. 현재도 월 1억원에 가까운 이자가 발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조합원은 "사업진행을 위해 문화재 보존용으로 사업 부지의 20%정도를 기부체납기로 했다"며 "사업에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발목을 잡는 시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서로 업무를 미루며 사업시행변경인가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며 "결국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 의결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서울시청 관계자가 종로구청을 방문, 한양성곽 보전관리사업에 사직2구역이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 사업 추진을 보류해 줄 것으로 구두로 요청한 바 있다.
사직2구역의 현 상황에 대해 재개발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우마다 다르지만 사업시행변경인가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길어야 몇 개월정도가 소요된다"며 "사직2구역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도 조합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지연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이유다.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10일 고충민원 의결서를 통해 "한양성곽 보전관리사업은 이 사업(사직2구역)의 시행 계획서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계 법률에 따라 종로구청에 시정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