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기이사회서도 '사장 선임 안건' 빠져 비상체제 돌입
  •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공백 우려'가 현실화됐다. 현 고재호 사장이 당분간 직무대행을 통해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나,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선박 수주활동에 비상등이 켜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오는 31일 있을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16일 정기이사회를 열었으나 끝내 차기 사장 선임의 건은 논의되지 않았다.

    대우조선이 최고경영자(CEO) 공백 없이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최종 사장 후보를 승인해야 한다. 고 사장의 임기가 이달 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법 규정상 주총 2주 전인 이 날까지 이사회를 통해 최종 사장 후보 1인을 확정해야만 했다.

    이에 대우조선은 차후 임시주총을 거쳐 신임 사장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인데, 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최소 2달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고 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으로 회사를 이끌 예정이지만, 영업활동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제 대표이사가 바뀔지 모를 조선사와 어떤 선사가 계약을 하려 들겠느냐"며 "선주 입장에서는 경영환경이 불온한 상태의 대우조선보다는 기술력이 비슷한 수준의 타 경쟁사들을 찾게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우조선은 차기 사장 선임 이슈가 붉어진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현재까지 별 다른 수주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대우조선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37척 등 총 149억 달러에 달하는 물량을 수주하며 업계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조선업이 불황인 상황에서 대우조선 경영을 책임질 적임자를 찾기 위해 광범위한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을 넘어 정치권 등 외부세력이 이에 개입하려다보니 대우조선 사장 선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우조선 노조는 외부인사가 차기 사장으로 낙점되는 것과 관련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서울 다동 대우조선 본사에서 "대우조선 사장 선임 촉구, 정치권 개입 금지, 낙하산 인사 반대" 등을 외치며 상경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신속한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1인 촉구 시위에 돌입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시 차후 산업은행 및 정치권을 향한 총려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 선임의 결정권을 쥔 산업은행이 정부 눈치 보기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경제살리기 정책을 최우선으로 표명하는 정부가 대우조선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우조선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임기가 만료되는 김갑중 부사장의 뒤를 이을 신임 CFO(최고재무책임자)로 김열중 전 산업은행 재무부문장(부행장)을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김 전 부행장은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부터 산업은행에 재직해 지난해까지 재무부문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