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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유가증권이 멀지 않아 사라진다. 전자적인 방법으로 증권의 등록이나 유통이 이뤄지는 전자증권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어서다.특히 상장증권에는 의무화하는 쪽으로 입법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준비에 상당기간이 필요하고 일시에 전면 도입할지, 증권 종류에 따라 단계별로 도입할 지 등에 따라 시행시기는 유동적인데, 오는 2019년 전후로 점쳐진다.
금융위원회는 '전자증권법(가칭)' 제정안을 조만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라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의원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의원은 지난해 3월에 낸 '전자증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해 11월 철회하는 동시에 이를 보완한 '증권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다.
전자증권이란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증권의 발행·유통·권리행사 등 관련 사무를 전자등록과 같은 전자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제도다.도입되면 대상 증권에 대해서는 실물을 발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발행·예탁을 포함한 운영비용, 도난이나 위·변조 위험에 따른 위험비용 등이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연구원이 2015년 도입을 전제로 연구한 바로는 도입 후 5년간 연평균 870억원, 총 4352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5년간 절감액은 성격에 따라서는 운용비용(2458억원), 위험비용(1713억원), 기회비용(181억원) 순으로, 시장참가자별로는 발행회사(1829억원), 금융중개기관(1161억원), 투자자(985억원), 등록기관(377억원) 순으로 많았다.
또 거래 투명성 제고에 따라 음성적 거래나 조세 탈루를 막을 수 있다.
주식과 관련한 지하경제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예탁하지 않고 금고에 보관하던 상장주식 실물이 있다면 계좌를 통해 등록해야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종걸 의원 측은 "조세회피, 자금세탁 등 음성적 거래의 원천적 차단을 통해 증권거래·보유 실명제를 도입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발행·유통정보의 신속한 제공으로 투자자보호와 공정거래질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용대상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4조가 정한 증권(채무·지분·수익·파생결합·증권예탁 증권 등)과, 원화 표시 양도성예금증서(CD) 등으로 하되 대통령령(시행령)으로 구체화된다.
이종걸 의원안은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CD,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대상으로 발행인 신청에 의해 전자등록기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되,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증권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증권은 전자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적용범위에 대해 밝히지 않지만, 상장증권에 대해 전자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의무화하지 않고 발행인의 선택에 맡기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실제 주요국 중에 모든 증권에 대해 전자증권제도를 의무화한 나라는 프랑스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어음(CP)은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CP의 실질적인 대체 용도로 전자단기사채 제도를 시행 중이므로 당장 CP를 포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이미 증권별 예탁비율이 높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대부분의 증권에 도입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현재 예탁비율은 상장 및 비상장 주식(지분증권)이 각각 92.4%, 79.4%이며 상장 및 비상장 채권(채무증권)은 각각 99.9%이다. 집합투자증권(수익증권)과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은 100%이다.
전자증권제도는 법이 제정되더라도 시행은 상당기간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보안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과 대국민 홍보 등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
이종걸 의원안을 보면 법 공포 후 5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도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법 제정 후 준비기간을 3~4년 정도로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