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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역촌1구역 재건축 사업이 내홍을 겪고 있다. 이달 7일 관리처분 총회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아직 주민들 사이에서 첨예한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어서다.
역촌1구역(조합원 221명)은 서울 은평구 역촌동 일대 3만2075㎡ 부지에 총 740가구가 새롭게 들어서는 재건축 사업이다.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후 2013년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졌다. 시공사는 2009년 동부건설로 선정됐지만 경영악화로 2012년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변경된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조합은 동부건설로부터 약 67억원의 대여금을 차입했다. 하지만 시공사가 변경되면서 갚아야할 이 대여금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후발 시공사가 대여금을 승계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가 변경될 경우 대여금은 후발 건설사가 인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역촌1구역'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업비 부담에서 벗어날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반환금은 조합측의 노력으로 약 54억으로 감액됐다. 그러나 동부건설에 지급될 대여금의 이자와 관련한 논란은 진행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이 관리처분 총회에서 직위를 걸고 조합원들 앞에서 이자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며 "당시 조합원들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재건축을 반대하는 역사모(역촌동을 사랑하는 주민모임) 관계자는 "조합이 명확한 계약서 없이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연 17%에 달하는 이자가 발생해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조합은 시공사 변경 후 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 약 22억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이후 사업비 지급이 중단됐다. 단 조합은 운영비로 월 1300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역사모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역촌1구역'의 사업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운영비조차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의 귀책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합측 의견은 달랐다. 애초부터 액수는 결정된 사항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당시 사업비는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25억원을 받기로 합의한 사항"이라며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정상적으로 사업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모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계약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맺은 공사 도급 계약서 제38조를 근거로 들었다.제 38조 4항을 보면 '을(건설사)'의 이 계약에 따른 공사비 변경 요청에 대해 '갑(조합)'이 응하지 않을 경우 '을'은 변경요청일로부터 30일이 도래하는 날 공사를 중단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갑'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역사모 관계자는 "시공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사업은 중단될 수 밖는 구조"라며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 사업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이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고 맞섰다. 조합 관계자는 "물가상승에 따른 시세변화, 마감재 변경으로 공사비가 소폭 증가할 수는 있다"며 "다른 재건축·재개발에서 볼 수 있는 통상적인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사업성에 대해서도 의견충돌은 계속됐다.
조합은 "시공사와 협의를 통해 3.3㎡당 공사비를 422만원에서 386만원으로 낮췄다"며 "역촌1구역은 도시정비사업에서도 모범 예시가 될 정도로 사업성이 우수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역사모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가 차이가 없다"라며 "만약 미분양이 생길경우 할인분양으로 조합원이 갖는 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정비업자가 '무등록'이라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조합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절차상 실수가 있었다"며 일부 인정했다.
다만 조합 관계자는 "변호사(법무법인 우면)의 자문을 통해 이뤄졌으며 정비업자에게 지급된 계약금 2000만원은 회수했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법적 절차가 진행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이곳은 재건축을 반대하는 표시로 빨간 깃발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의미다.
한 60대 주민은 "동네 분위기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며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