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대의원 선거 앞서 '흠집내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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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들이 전 노조 집행부가 진행했던 각종 사업내용 등의 검열을 시작한다. 노조는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노조위원장 및 대의원선거를 반년여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전 집행부 흠집내기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 집행부는 온건실리 노선으로, 현 집행부의 경우 강성 성향으로 분류된다.

    30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과거사 청산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요구안'이 최종 통과됐다. 앞서 지난 26일 대의원 전체 174명 중 133명은 과거 집행부가 추진한 사업의 폐단과 오점을 바로잡고자 '과거사 청산 특별조사위'를 꾸리겠다며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특별조사위 구성 인원, 조사 내용 등 세부 사안은 향후 노조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노조 운영위는 집행부 4명과 대의원 23명이 활동하는 노조 의결기구 중 하나다.

    특별조사위는 전 집행부의 여러 사업내용 중에서도 핵심 추진 사업이던 '조합원 휴양소 건립' 문제를 집중적으로 뜯어볼 예정이다.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지난 2013년 10월 위원장 후보 시절 "실리노조는 2009년 임금동결, 교섭권 위임, 휴양소 사업에 조합비 소진 등을 저질렀다"고 유세하고 다니기도 했다.

    당시 재선에 도전했던 온건성향의 김진필 전 위원장은 "노조 휴양소와 퇴직지원프로그램 등 중장기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해 조합원이 주인되는 선진복지 노조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노노갈등이 번지는 현대중공업의 현 상황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가 야를 공격하고, 야가 여를 흠집내는 것 같은 조잡한 정치판을 보는 것 같다"며 "현 집행부가 전 집행부를 검열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기업 노조 역사상 유례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 집행부가 노조위원장 및 대의원선거에 앞서 실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 집행부에 흠을 내기로 결정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위원장 및 대의원선거는 매년 10월과 11월 각각 2년과 1년 단위로 돌아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직전 선거 전까지 10년 넘게 온건실리 성향의 위원장 및 집행부가 지속 당선돼왔다. 그만큼 현 위원장 및 집행부의 조직장악력도 완전치 못한 상황이다. 총 174명의 현 대의원 중 강성성향이 아닌 인원도 수십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과거에는 위원장은 물론 대의원 전체가 온건성향으로 당선될 정도로 지지도가 높았다.

    실제 현 집행부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20년 만의 파업을 4차례 주도하기도 했는데, 실제 조합원들의 참여율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입은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들어서도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