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사실상 셰일가스 한계 확인... "유럽지역 등 공급가 인상 나서""100달러 유가 순식간에 40달러대 폭락한 만큼, 언제든 100달러 회복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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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정밀화학


    지난해 말 폭락했던 국제유가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동안 배럴당 55달러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던 WTI(서부텍사스산경질유) 가격이 올들어 처음 60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배럴당 55달러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는 WTI가격을 두고, 러시아와 셰일가스업체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정치적인 수준으로 분석해 왔다.

    하지만 석유시장이 변하고 있다. 사우디가 유럽에 공급하는 원유가격을 인상하며 시장이 급반등하는 분위기다. 올 연말이면 100달러대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인도분 WTI 가격은 60.40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상승세를 이어 6일에는 60.9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우리나라 원유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Dubai) 역시 6일 기준 64.79달러에 거래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북서유럽에 대한 원유판매가격(OSP)을 인상시키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아람코사는 내달 중 북서유럽으로 수출할 OSP를 전월보다 배럴당 1.3달러 인상했으며, 미국으로 수출할 OSP 또한 전월보다 배럴당 0.2달러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산유국이 셰일가스에 더 이상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시추시설은 67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7개)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셰일가스 업체들이 증산에 나설 경우 언제든지 배럴당 40달러 수준가지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재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사우디의 경우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가격이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유전들이 대부분인데다 7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역시 이를 뒷받침 한다.

    이번 유가 폭락을 통해 셰일가스 업체들의 한계 생산비용(60~75달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사실상 에너지시장을 쥐락펴락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유가 전망에 대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산유국이 셰일가스(생산 업체)를 잡았다고 자신감이 붙었을 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상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지금도 원유 공급이 충분한 상태인데 여기서 또 다시 유가를 100달러 수준까지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에너지 역시 지난달 30일 열린 실적발표에서 "올해 두바이유 기준으로 당분간 55달러에서 65달러 정도의 박스권을 예상하고 있다"며 "최근 유가가 급반등하고 있긴 하지만 55달러~65달러의 박스권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주요 산유국이) 올리기로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말 유가가 급락할 때만 해도 배럴당 4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유가 급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상승바람을 탄 유가가 예년 수준가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내 최대 셰일오일 생산 업체인 EOG 리소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안정되면 노스다코타와 텍사스 주의 유정을 재가동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석유업계와 셰일가스업계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이어질 지, 아니면 석유업계의 승리로 마무리 될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