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지뢰밭 WOLED... 옥사이드 공정, 증착 방식 등 곳곳이 장애물 잉크젯 프린팅 적용 RGB... "고분자 용액 못 구해 양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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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삼성이 OLED TV 개발 방식을 놓고 두 가지 카드를 주무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개발하고 있다. LG가 이름 붙인 W-RGB 구조를 OLED TV에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지켜온 RGB 방식 대신 다른 길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도 쉬운 길은 없다. 모두 커다란 장애물이 하나씩 앞을 가로막고 있다.
RGB 방식은 적, 녹, 청 빛의 3원색 유기물을 수평으로 증착시켜 OLED를 만든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W-OLED는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유기물을 쌓은 다음 컬러 필터를 씌워 색을 낸다.
제품 양산은 RGB보면 W-OLED가 훨씬 유리하다. 기술 난이도도 RGB가 더 까다롭다. 삼성이 뜸을 들이는 사이 LG가 먼저 OLED TV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까닭도 이 같은 기술적 방식 차이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이 RGB라는 어려운 길 대신 제품 양산이 수월한 W-OLED로 방식을 바꾸려한다는 주장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존심을 굽히고 W-OLED를 따라가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먼저 자리를 잡은 LG가 곳곳에 특허를 깔아놨기 때문이다. 특허를 피해 제품을 양산해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업계 최초로 OLED 패널에도 '옥사이드(산화물반도체) TFT' 방식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액정표시장치(LCD)뿐만 아니라 OLED 디스플레이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데다 저전력·고해상도·슬림화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가격 또한 다른 방식에 비해 저렴해 원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도 LCD에선 옥사이드 TF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전압으로 구동하는 LCD와 달리 OLED는 전류로 돌아가는 구조여서 LCD 기술을 그대로 OLED가 받을 순 없다.
또 옥사이드 TFT 자체는 특허가 아니지만 유기물을 증착하는 순서와 핵심 공정 등에 특허가 걸려있어 이를 피해 가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GB는 진공 챔버 안에서 각각의 소자를 전기 열로 끓인 뒤 발생하는 기포를 이용해 색을 내는 구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낭비되고 버려지는 소자가 일부 생겨난다. RGB가 해결해야 할 숙제인 셈이다. 잉크젯 기법을 쓰게 되면 RGB 방식의 장점만 살리고 이 같은 문제는 없앨 수 있다.
'솔러블'이라는 용액을 사용하는 잉크젯 방식의 경우 색을 빠른 시간에 보다 정확하게 구현한다. 용액이 흘러나오는 노줄을 조절시켜 분무기처럼 분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RGB는 물론 W-RGB 구조의 OLED TV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유비산업리서치에 따르면 이미 일본의 민관합작기업 'JOLED'가 잇크젯 방식으로 OLED 패널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OLED TV 양산을 위해서는 고분자 잉크 용액이 필요한데 현재 기술력으로는 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CD TV에서도 잉크젯 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10여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에 봉착해 지지부진한 상태로 시간만 끌고 있다. 노줄 구멍 크기를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매우 작게 만든 다음 일정량의 잉크를 계속 뿌려야 한다는 고차방정식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카드를 모두 만지작거리는 삼성이지만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나마 SUHD TV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며 선택할 시간적 여유는 벌어줬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삼성 또는 올해는 OLED TV를 양산할 가능성이 사실상 0%에 가깝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OLED TV 출시와 관련한 올해 잡힌 일정이 아예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도 "지금은 시장 흐름을 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단계"라면서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OLED TV 양산시기를 앞당기기엔 W-OLED 방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삼성그룹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체 경영진단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난 걸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