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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된 국내 환자가 늘면서 중동에 사업장을 둔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국외건설 수주지원이 성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이어 이번 수주지원활동을 통해 중동 시장진출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었지만,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는 바람에 예방을 위해 시공현장 방문 등 현지일정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국토부에 따르면 독일 국제교통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6일 출국한 유 장관이 29일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했다. 유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6박8일의 일정으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의 순서로 중동 4개국을 방문한다. 유 장관은 인프라·플랜트 분야의 발주처 장관 등 고위급인사와 만나 우리 기업의 현지사업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쌍용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진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9개 기업이 동석한다.
국토부는 이번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 파견을 통해 기존 플랜트 건설 위주의 협력 관계를 교통·수자원·신도시 등 상대국 관심 분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유 장관이 출국한 26일은 국내에서 4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오는 등 메르스가 확산 기미를 보이던 때였다. 유 장관이 첫 중동 방문지인 UAE에 도착한 29일에는 국내 11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에서는 29일 유 장관 중동 도착일정에 맞춰 해외건설지원과 직원들이 UAE 출장길에 올랐다.
김경욱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이번 중동 수주지원단은 지난 3월 대통령 중동순방에 따른 후속조치로 기획됐다"며 "출국 시점이 막 메르스가 보도되던 때이지만, 출국하는 직원들이 겁먹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국장 말과 달리 일부 직원은 출국 전에 메르스에 대해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한 직원은 "출장 가는 직원들 사이에 '(메르스에 대한 보도나 우려가 한창인데 이 시점에 중동에 가도) 괜찮은 거냐'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월18일 현재 수주지원단 첫 방문지인 UAE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총 74명이며 이 중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UAE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에 대한 국적이나 공관원 등 신분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메르스 예방을 위해 직원들에게 낙타 등 현지 동물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의 첫 국외건설 수주지원이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현지 건설현장 방문 등의 일정도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 등은 이번 출장길에 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현장,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현장 등 우리 근로자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건설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 장관 등 수주지원단의 활동반경은 메르스 감염 우려 속에 현지 관공서나 숙소 등으로 극히 제한될 전망이다.
김 국장은 "현지 일정은 건설현장 방문 등이 위주가 아니라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기관 방문이 주가 될 것"이라며 "국내 건설사의 시공현장 방문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해외건설지원과 관계자는 "현지 일정은 숙소에 머물거나 발주처 관계자 면담을 위한 기관 방문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공현장 방문이 일부 예정돼있지만, (현장 방문을 위해) 현지 대사관과 동선을 상의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중동지역에 회사 임직원을 대거 파견하고 있는 건설업계는 메르스 예방수칙과 대응지침을 전파하고 의심환자 유무를 파악하는 등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대건설은 중동 건설 현장에 메르스 예방수칙과 대응지침을 임직원들에게 전파하도록 지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프로젝트가 많은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도 사내 게시판에 메르스의 위험성과 예방책 등을 전달하고 현지 근로자와 출장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