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 차량 안전 위해 전망 도로 상황 대형 모니터에


  오는 6월 21일 제62회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하 칸 라이언즈)이 개막된다. ‘세계 최고의 광고제’로 꼽히는 이 행사는 몇 년 전부터 ‘광고제(Advertising Festival)’ 대신 ‘크리에이티비티 축제(festival of creativity)’라 불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칸 라이언즈에서 자웅을 겨루는 수많은 캠페인 중 상당수는 사실 ‘광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고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도 있지만, 현대적인 의미에서 ‘광고’라 불리려면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유료매체를 통해 광고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이 광고라 불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칸 라이언즈를 뒤흔든 수많은 캠페인들 상당수는 이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기업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매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는 이제 새로운 매체도 아니다. 오늘날 도로 표지판이나 길바닥 등 상상을 초월하는 사물과 장소들이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는 매체로 이용되고 있다. 남아프리카 코카콜라는 본사 건물 위에 인공무지개를 쏴서 허공을 매체로 이용하기까지 했다. 


  트럭과 모니터는 따로따로 생각하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매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삼성’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냈다. 모니터를 운송하는 트럭은 육중한 몸체 때문에 쉽사리 속력을 내지 못한다. 더욱이 몸체까지 커서,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이 왕복2차선 도로 중앙선을 가로질러 추월하는데 큰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삼성 아르헨티나가 상품수송트럭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기로 한 건 그 때문이다. 삼성은 트럭 앞에 카메라를 설치, 트럭 뒤에 장착된 대형 모니터에 트럭 앞 도로 광경을 투사했다. 뒤따라오는 운전자는 트럭 앞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추월할 수 있게 됐다. 모니터란 것은 원래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다. 삼성 트럭들은 대형 트럭 뒤를 따르는 운전자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위험을 피하고 생명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준다. 

  오늘날의 광고, 아니 크리에이티비티는 이제 새로운 미덕을 기업에게 요구한다. 새로운 무형의 가치를 찾아 이를 소비자들과 공유하길 바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엔터테인먼트가 그 역할을 했지만, 근래에는 상품 외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불특정 오디언스와 공유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엔터테인먼트에 사용하던 대형 모니터가 생명을 지키는 도구로 이용된 것이 마치 브랜드들의 크리에이티비티 변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다름 아닌 자사 제품을 매체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절묘한 캠페인이다. 레오 버넷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