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저신용등급자들에 낮은 금리 제공으로 자산건전성 해칠까 염려
  •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로 돈을 빌렸던 금융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어 반기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대다수의 시중은행에서 5~10% 이내 중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달 우리은행에서 내놓은 '위비 모바일 대출', 이달 초 신한은행이 선보인 '스피드업 직장인 대출'에 이어 기업은행, 하나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모바일 전문은행인 위비뱅크를 출범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5.9~9.7% 금리로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위비 모바일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고, 스마트폰 하나로 대출 신청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상품이 출시된 지 한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누적 대출규모가 1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지난 11일 출시한 '스피드업 새내기 직장인 대출'도 눈길을 끈다.
 
주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5~7등급의 중간 신용등급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약 5~7%대 금리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아울러 IBK기업은행도 지난 18일 출시한 모바일뱅크 'i-원뱅크'에 중금리 대출상품을 탑재할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권이 이처럼 속속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 임원들이나 시중은행장들에게 서민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상품 출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시중은행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흡수해 저신용․고금리 대출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손실을 입지 않는 선에서 서민을 위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속속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저축은행이나 카드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연계 영업을 강화해 중금리 대출 상품 판매에 힘쓸 계획이다.

다만 이를 두고 시중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던 저신용등급 고객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다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서도 저신용등급 고객들을 심사하는 기법이나 부실율에 대처하는 방법 등 축적해 온 노하우가 있는 만큼, 규제나 협의를 통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에서 서민금융지원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되면 업권 간 구분이 사라지고 제2금융권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가 수익성 악화로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자칫하면 시중은행이 부실 고객을 다 떠안거나 불법 사금융 시장이 팽창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