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파장속 금감원 '운용사 거수기'발언은 삼성에 악재각사, 미래가치 VS 투자성과 두고 내부 입장 정리 중
  • 제일모직과의 합병 승인안건을 논의하는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임박한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6%를 넘게 들고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7일 주총에서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간의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국민연금과 함께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여전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30개 자산운용사는 삼성물산 지분 6.73%를 들고 있다. 제일모직은 2.61%를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투신운용이 삼성물산 주식을 2.87%를 보유 중이고, 삼성자산운용이 1.76%를 들고 있다.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은 1% 미만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이 7%에 가까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들의 표심에 업계의 관심이 솔리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물산에 대한 우호지분은 삼성SDI(7.18%), KCC(6.18%), 삼성화재(4.65%) 등 약 19% 가량이고, 엘리엇 측에 대한 우호지분은 엘리엇이 보유 중인 7.12%를 포함해 약 9~10%로 추정된다.


    합병안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주주총회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주 참석률이 70%로 가정할 경우 삼성은 최소 47%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 만큼, 삼성과 엘리엇 모두 주총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주총을 앞두고 여전히 고심 중이다.


    특히 대형사들의 경우 연기금의 일임자산 외에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대규모 펀드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투자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극도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운용사들은 주식운용본부를 넘어 내부 의결권행사위원회에서 찬반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대체적으로 국내 운용사들은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삼성물산 뿐 아니라 제일모직 지분(총 2.61%) 역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측의 주장대로 향후 미래가치를 본다면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미묘한 시점에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는 주총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통계자료를 최근에 발표하면서 갑작스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올해 1~3월 정기주총에서 61개 국내 자산운용사가 행사한 의결권 내역을 일제점검한 결과, 공시건수 기준으로 자산운용사의 반대비율이 7%로 집계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번 자료를 통해 "고객자산을 수탁받아 운용하는 집합투자업자는 펀드투자자의 이익을 고려해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충실하게 행사해야 하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금감원의 발표가 삼성물산의 주총을 불과 열흘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업계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 자산운용사들에게 펀드투자자들의 이익을 고려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고 압박을 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측이 이번 발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조사해왔던 내용으로 특별한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민감한 이슈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는 물론 국민연금도 압박을 받을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판단이 자신들의 판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삼성물산이나 제일모직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국민연금에 위탁받아 운용하는 부분도 상당한 만큼, 국민연금의 결정이 운용사의 결정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삼성그룹과 관계를 계속해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반대의견을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합병의 결정적인 키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도 임박했다.


    국민연금은 이번주 안으로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를 자체적으로 결정할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권위)에 위임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전일 삼성그룹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후 "합병 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확신하고 있고, 국민연금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민연금 측에서 요청하는 자료에 최대한 성실히 임하는 등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삼성과 마찬가지로 주가만 보고 판단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법상 문제가 없는 이번 합병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 국민연금 내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