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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위기관리 방법을 놓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가장 많은 여신을 제공한 수출입은행이 책임지고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 단계에서 대우조선 문제의 해법을 함께 논의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영실태를 들여다보는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실사 기간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도적으로 대우조선의 위험 요소를 관리토록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31.4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대우조선에 제공한 여신은 2조4천억원 규모다.
수출입은행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8조3000억원의 여신을 제공해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기관이다.
대우조선은 오는 23일 2000억원, 11월30일까지 30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현재 약 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여서 두 차례의 회사채 만기를 넘기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긴급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원군 역할을 맡게 된다.
두 은행은 대우조선의 선수금환급보증(RG)도 책임지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초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18억 달러(약 2조원)에 수주했으나 RG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RG는 조선소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선박을 건조하다가 납기 안에 배를 인도하지 못할 때 선수금을 돌려준다는 보증서다.
RG가 해결되지 않으면 선수금을 제때 못받기 때문에 유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업황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금융권이 추가로 RG 인수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앞장서서 이를 발급해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자금 회수를 늦춰주는 정도의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단기적으로 대우조선의 유동성을 관리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부실을 확실히 털어낼 계획이다.
일정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해외 사업장으로 실사를 확대해 진행하기로 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최근 대우조선 관리 부서를 기업금융부문 산하 기업금융4실에서 같은 부문의 구조조정본부로 변경한 산업은행은 조선업 분야 전문 인력을 배치한 구조조정 추진단(가칭)을 꾸려 관리 수준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