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혼란 최소화할 것…산은도 이번주부터 본격실사 주말 1박2일 워크샵열고 위기극복 결의 다지기도
  • 지난 5월부터 대우조선해양호(號)를 이끌고 있는 정성립 사장이 그간 내부 실사를 통해 확인한 각종 손실을 올 2분기 실적에 몽땅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한 2조원대의 손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 회사의 주가는 일주일새 반토막나버렸다. 또 인위적 인력조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풍문도 나돌며 회사 대내외로 각종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 사장은 무분별히 퍼져가는 시장의 불신을 막고 견실한 회사로의 재도약을 위해, 단기 주가급락 등의 악영향을 감내하고 모든 환부를 한 번에 도려내야 겠다는 결심을 내린 것이다.

    정 사장은 20일 각종 부실의 원인과 현재의 대우조선 상황, 향후 방향성 등에 대한 설명을 담은 CEO(최고경영자) 담화문을 전 임직원들에게 발송했다. 그는 "지난주 부터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회사 소식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충격이 크셨을 것"이라면서 "이유불문하고 회사를 대표해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 어린 사과부터 드린다"고 운을 뗐다.

    정 사장은 "회사의 상황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자유협약'이나 '워크아웃' 등 최악은 피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창사이래 또 한번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취임 후 업무보고 과정에서 사업계획상의 실적 예상치와 현장의 실적 예상치가 차이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전문 실사를 거쳐 회계원칙에 따라 파악해 본 결과는 그 동안 저나 여러분들이 생각해온 대우조선의 모습과는 현저히 달랐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내부 실사에서 드러난 부실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파악했다. 가장 큰 원인은 수주한 프로젝트들의 원가가 실제 건조 과정에서 크게 늘며 애초 예상한 실행예산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EPC(설계·조달·시공)공사 등 미경험 프로젝트들을 대거 건조하며 설계와 공정상 오류가 많았고, 대규모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숙련 작업자의 낮은 생산성도 원가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우조선이 2011년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4기의 경우 공기가 1년여 지연되며 2조원대의 천문한적 손실을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선박을 인도하고도 못 받은 외상값들, 이른바 장기매출채권 중 일부의 회수가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도 상당수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루마니아에 위치한 망갈리아조선소와 풍력발전 자회사 드윈드 등 자회사들의 손실도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정황이 결산확정이 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불거지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면서 "주주와 금융시장, 고객, 내부 구성원들이 느끼는 혼란을 조기에 해소하고 회사 재무 개선을 시급히 이루기 위해 잠정 파악된 손실을 회계 원칙에 따라 이번 2분기에 모두 반영하기로 결정했고 2분기 실적 발표 또한 최대한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의 재무개선을 위해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이 실사와 관리를 담당할 채권단 실무진을 당장 이번주부터 파견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채권단의 지원과 함께 우리에겐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졌다"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비업무성 자산을 매각할 것이며, 고정비 등 각종 비용 절감에 배전의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또 "고용불안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질적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 "체질개선과 조직기강을 바로 세워 최단 기간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는데 모든 노력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임금협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 측에도 도움을 호소했다. 정 사장은 "우선적으로 가장 전제가 돼야 할 것이 우리 구성원들의 의연한 대응"이라며 "우리가 동요 없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외부에서도 안심하고 협조와 협력을 할 수 있는 만큼 노동조합에도 대승적 판단과 적극적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행히 LNG선 본격 건조 실적이 반영되는 2016년부터는 영업이익 시현 등 건강하고 내실 있는 제대로 된 회사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아무리 짙은 먹구름도 그 너머엔 밝은 햇빛이 존재한다. 담대하게 이 상황을 맞이하고 한마음 한 뜻으로 대우조선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실제 대우조선은 지난해 고부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LNG운반선을 30척 넘게 수주하며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초과달성 하기도 했다.

    한편 정 사장을 비롯한 대우조선 임원들은 지난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긴급 비상워크숍을 개최, 사즉생의 마음으로 위기 극복을 결의 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