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5천개 순환출자고리 416개로 줄였지만 여전히 '미로'롯데家 불똥…경영권 방어법 통과도 난망
  • ▲ '은둔의 왕국' 롯데 지배구조의 베일이 벗겨질 지 주목된다ⓒsbs 캡처
    ▲ '은둔의 왕국' 롯데 지배구조의 베일이 벗겨질 지 주목된다ⓒsbs 캡처

     


    '은둔의 왕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베일이 벗겨질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쟁당국이 최근 롯데家의 분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경영권 다툼이야 그들만의 일이지만 뒤따를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당국의 관리와 감독방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87조5230억원의 공정자산을 보유한 롯데는 우리나라 재계순위 5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유독 폐쇄적인 지배구조 탓에 늘 도마에 오른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 고리 459개 중 무려 90.6%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 10개, 현대차 6개 등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오죽하면 공정위 조차 1년전 롯데의 말만 믿고 순환출자고리수를 51개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실제는 5851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다고 오류를 정정하기도 했다. 1% 이하의 지분소유 기준까지 포함할 경우 당시 롯데의 순환출자고리수는 9만5033개였다. 1년새 지분 매각 12건을 통해 무려 9만4616개를 줄였지만 여전히 '미로' 수준이다.

  • ▲ 호텔롯데는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지만 일본의 비상장사인 광윤사 등의 지배를 받는다 ⓒ뉴데일리 DB
    ▲ 호텔롯데는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지만 일본의 비상장사인 광윤사 등의 지배를 받는다 ⓒ뉴데일리 DB

     

    롯데 지분도의 핵심은 '호텔롯데→롯데쇼핑→기타 계열사'다. 이중 롯데쇼핑은 43개, 롯데칠성음료는 24개, 롯데제과는 12개씩의 연결 고리로 엮여 있다.

     

    롯데쇼핑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롯데쇼핑을 지배하는 기업은 호텔롯데다. 실제로 신격호 총괄 회장의 집무실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다. 결국 롯데그룹의 정점인 호텔롯데는 일본에 있는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롯데홀딩스는 다시 '광윤사'의 휘하에 있는 구조다.

    비상장사인 광윤사의 지분구조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대표이사가 신 총괄 회장으로 돼 있어 신 총괄 회장이 최대 주주인 것으로 관측된다. 신 총괄 회장이 롯데그룹 계열사 중 직접 대표를 맡는 것은 광윤사가 유일무이하다. 이 같은 지배 구조를 볼 때 광윤사와 롯데홀딩스를 소유해야만 일본은 물론 한국롯데그룹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 ▲ 롯데가 정보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이유는 바로 한-일 연결고리인 광윤사 등에 있다ⓒYTN 캡처
    ▲ 롯데가 정보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이유는 바로 한-일 연결고리인 광윤사 등에 있다ⓒYTN 캡처


    공정위가 주목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 롯데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일본 비상장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롯데그룹의 특성상 상장사보다 비상장계열사가 많고,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는 국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는 다는 점에서 향후 (롯데 계열사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롯데는 한·일 연결고리에 대한 정보공개를 극도로 꺼려한다.

    AA+의 초우량 신용도,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 창출력 등 크레딧 측면 최우량 기업인 호텔 롯데는 늘 공모를 기피한 채 사모채로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정체를 알기 어려운 일본 주주에 대한 정보공개를 금융당국으로 요구 받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최근들어 금융당국은 롯데 계열에 주주정보 공개를 유독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장과 당국은 롯데 지배구조의 비밀을 풀 열쇠를 가진 기업으로 기대가 컸지만 롯데는 최대주주인 일본 소재 롯데홀딩스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는 선에서 정정공시를 마무리하며 비껴나갔다.

     

  • ▲ 2011년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순연에 함께한 롯데 일가@사진=서울신문
    ▲ 2011년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순연에 함께한 롯데 일가@사진=서울신문

     

    정보공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롯데는 당국의 제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올 3월 공정위가 58개 기업집단 소속 424개사에 대한 기업집단현황 공시 및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이행여부 점검 결과, 롯데의 위반행위가 가장 많았다. 소유지분이나 임원 변동 등 이사회 운영현황 52건이 깜깜이 였다.

    롯데家의 불똥은 재계 전체로도 튈 전망이다.

    불과 0.05% 지분으로 제왕적 기업 운영한 사실 알려지면서 꼬리 무는 순환출자제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엘리엇 분쟁 이후, 국내기업 보호 위해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현재로서는 통과가 난망이다.

    국회 부의장인 정갑윤 의원은 3일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롯데가 기업공개도 없이 1인 경영을 계속해 왔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롯데 파문으로 경영권 방어장치를 담은 상법개정안에 타격이 있을 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이날 차등의결권제와 포이즌필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포이즌필은 기존 주주에게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권리를 줘 M&A를 시도하는 투기세력에 맞설 경영권 방어책으로 꼽힌다.  

    차등의결권제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다른 주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행 상법은 1주 1의결권으로 제한돼 있다.

    정 부의장은 "엘리엇 같은 투기 자본의 공격에 그래도 삼성그룹이니까 살아 남았지 중소기업은 물론 다른 대기업도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IMF 위기 시절, 알짜기업들을 외국 투기 자본에 공짜로 다 내줬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장치를 담은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법무부가 지난 2010년 포이즌 필을 도입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제대로된 논의도 못한 채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