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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영국의 동화작가 루이스캐럴(L. Caroll)의 유명한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앨리스는 이곳저곳을 떠돌다 오게 된 '붉은 여왕의 나라'라는 곳에서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분명 자신은 계속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쳇바퀴 돌듯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다며 어리둥절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본 붉은 여왕은 그녀에게 다가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앨리스. 이곳은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고 있단다. 만약 여기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이 세계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뛰어야 할거야"

    여왕의 이 말에서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다시 말해 '붉은 여왕의 효과'는 어떤 대상이 변화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경쟁 대상이 더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뒤쳐지게 되는 원리를 뜻한다.

    최근 금호타이어 사태를 지켜보면 붉은 여왕의 효과가 오버랩된다.

    금호타이어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992억원으로 전년 동기(1985억원)에 비해 반토막났다. 올 상반기 40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한국타이어의 1/5 수준이다. 더구나 후발업체인 넥센타이어(1070억원) 보다도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업계 2위 자리를 내줬다. 주변 환경이 변하는 속도만큼 회사의 페달을 밟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100km 속도로 급변하는 외부환경 속에서 경쟁 업체가 200km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와 같다면 금호타이어는 30km로 달리는 '모노레일 열차' 같다.

    공교롭게도 페달을 밟지 못하게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범은 내부에 있었다. 현재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강성 노조가 그들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작년 말 회사가 워크아웃에서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다음 날부터 "워크아웃 기간 중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라"며 파업에 들어가 올해 초 25.6%의 임금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임금 수준은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를 앞지르게 됐다. 그런데도 노조는 반년 만에 또다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불황과 환율 악재, 워크아웃 기간 동안 쪼그라든 판매망 등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채 오히려 파업기간 중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성과급 지급까지 요구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횡포가 이만하면 내부의 적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곱씹어보면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전력질주하는 앨리스의 발목을 그들이 잡고 있는 격이다.

    언제까지 노조는 회사의 질주를 방해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인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경쟁업체는 이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 늦기전에 '붉은 여왕의 충고'를 되새겨 가속페달을 밟아야할 것이다. 회사가 살아 남아야 노조원들의 일자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