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샤 한국GM 사장 "5년새 인건비 50% 상승…경직된 노동시장의 댓가"파카코리아, 한국 법인 철수까지도 검토…"민노총 산하 노조 탓"美 본사, 한국 기업 인수 시 최우선 검토 사항은 '노조 유무'
  • ▲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연합뉴스
    ▲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연합뉴스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국내 강성노조와 경직적 노동환경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한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원장·권태신)은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최근 2년 간은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했다"면서도 "아직도 노사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높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결국 협상 타결을 위해선 임금인상을 대가로 치룰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지난 5년 사이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하는 걸 대가로 치룬 셈"이라며 "그 결과 한국GM의 전체 생산비용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밝혔다.

     

    호샤 사장은 또 "한국 GM의 생산비용은 이 회사가 설립된 2002년 대비 2.39배(2014년 기준) 가량 상승했다"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1.4배 상승한 것을 볼 때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물량이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호샤 사장은 경고했다. 지난 2002년 한국 국내 자동차 생산비중은 95%, 해외생산(OEM)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에 해외생산 비중이 국내생산을 추월한데다가 지난해에는 해외생산 55%, 국내생산 45%로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호샤 사장은 또 "낮은 생산성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의 평균 생산성(HPV)은 26.4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미국 GM 23.4시간에 밀리는 실정이다. 더욱이 1인당 매출액에 있어서도 한국 자동차업계(평균)는 7억4700만원으로 도요타 15억9400만원, 미국 GM 9억6800만원에 비해 낮았다.
     

    그는 "한국은 탄소배출 규제 등 자동차 산업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기 때문에 고비용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생산성 절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계 산업용장비 생산업체인 파카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는 파카코리아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노조의 이미지가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카사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투자해 사업장 4곳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전 사업장에 20% 가량의 구조조정 단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업장 4곳 가운데 하나의 상황이 문제였다.

     

    이 사업장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었는데, 민주노총 지시로 노조가 구조조정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결국 법원에서 정리해고 무효소송이 진행됐고, 회사가 승소했지만 여기에 소요된 기간만 4년이었다.

     

    유 전 대표는 "이후 미국 본사에서는 파카코리아 법인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고, 이후 한국에서 기업인수 검토가 이뤄질 때 가장 먼저 노조 유무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한국 투자의욕은 감퇴된 반면 경쟁국인 대중국 투자만 늘리는 형국"이라며 "추후 노조 문제가 재발될 경우 본사에서 철수 등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검토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비크람 도라이스아미 주한인도대사는 노동시장개혁에 대한 인도 사례를 설명했다. 비크람 대사는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라자스탄주는 최근 1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노동관련 법규를 단순화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인도 내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라자스탄주에서는 300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기준을 '근로자 10인 이상'에서 '20인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며 "이밖에도 근로자 채용이나 연장근로규제 단순화나 노동법 등에서 사업주 처벌조항을 철폐하는 등 각종 규제개선책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은 통상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그는 "라자스탄주에서 일자리가 느는 등 효과를 거두면서 기타 주정부들에서도 경쟁적으로 노동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노사정이 1년여에 걸쳐 합의를 이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유연하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체화하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추진한 노동개혁이 성과를 보기까지 3년 이상 걸렸다"며 "청년일자리 증가 등 결실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