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김기섭 연구위원 "진짜 위기는 아직...한계기업 걸러내 경제체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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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올해 들어 세계적인 교역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추가로 악재가 찾아든 것이다.

    원화 절상은 미국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선 탓이 크다. 특히 원화 절상 속도가 주변국들보다 유독 빨라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투자 확대를 통해 환율을 관리하고 한계기업 정리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정부 당국이 환율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현재 대규모 양적완화를 진행하고 있고, 중국도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특히 엔/달러 환율보다 원/달러 환율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원/엔 환율 역시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더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일 100엔당 978.78원으로 마감했던 원/엔 재정환율은 16일 947.40원으로 30원 넘게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이 지난해보다 약 8.8%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품질 경쟁력 격차가 크지 않은 석유화학, 철강 품목에서 충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 경기둔화로 우리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원/엔 환율 하락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될 공산이 크다. 올해 들어 수출은 지난 9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다.

    9월 수출 감소율은 8.3%로 8월의 14.9%보다 큰 폭으로 줄어 수출 감소폭이 축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수출 감소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10월들어 지난 10일까지 115억9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줄었다. 경기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출 감소세가 다시 커지면 교역 1조 달러 달성도 더 힘들어진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교역 규모는 7279억달러로 4년 연속 교역 1조달러를 달성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12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와 함께 환율하락은 관광수지 적자 폭을 키워 내수 경기에도 부담이 된다. 내국인은 해외에서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반면, 국내 관광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져 외국인의 발길이 잦아들 수 있다.

    내수 회복에 기여하고 있는 중국인의 구매력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수출 경쟁력의 약화를 막으면서도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방어할 수 있도록 환율의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달러 '퍼내기'를 위한 해외투자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증가로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 원화 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육성하고 한계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등 수출의 기반을 탄탄히 닦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환율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보다는 한계기업을 걸러내 경제 체력을 키우는 게 지금 상황에선 더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진짜 위기가 왔을 때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