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첫 적자 설욕나서"원유보다 6~8달러 싼 '벙커C유', 고도화설비로 수익 극대화"두바이유 '40달러' 최저점, 시나브로 상승시 2011년 7조 육박할 수도"


  • 지난해 사상 최악의 4분기를 보냈던 정유업계가 올들어 이어진 정제마진 강세 효과로 함박웃음이다.

특히 석유제품임에도 원유보다 배럴당 6~8달러 싸게 거래되는 벙커C유의 경우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설비를 통해 수익이 극대화 되면서 4분기에만 약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게다가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로 사실상 연중 최저 수준에 거래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감산 입장을 밝히면서 시나브로 상승할 경우 3분기까지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4분기 한철 장사로 적게는 2조원, 많게는 3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달성까지 내다 볼 수 있게 됐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일일 정제능력 115만배럴. 울산+인천), GS칼텍스(78만5000배럴), 에쓰-오일(67만배럴), 현대오일뱅크(39만배럴) 등 정유4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어서면서 연간 영업익이 6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유사의 수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정제마진이 상반기 평균 9.8달러에서 11월 현재 10.7달러까지 상승해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업계 한 관계자는 "손익분기점 위에서 형성되고 있는 정제마진과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로 국내 정유사들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정유4사가 3분기까지 4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올 한해 최소 6조원이 넘는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배럴당 9달러 수준을 유지했던 복합정제마진은 3분기 들어 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11월 들어서 가파르게 상승하며 현재 '10.7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3~4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정제마진이란 원유를 구입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LPG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원유 구입비용, 물류비용, 공정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석유제품마다 판매 가격이 달라 정제마진이 각기 다른데 이를 모두 합쳐 평균을 내 정제마진을 계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북반구가 동절기에 접어들어 난방유의 계절적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정제마진이 견조해 4분기 국내 정유4사의 수익성은 순항할 것"이라며 "저유가에 따른 정유사의 자금 및 지급이자 부담이 크게 감소한 것 역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정제마진과 함께 정유사들의 지상유전이라고 불리는 고도화설비도 연간 영업이익 6조원의 호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은 고도화설비를 통해 높은 정제마진을 극대화한다. 고도화설비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된 고유황 벙커C유를 휘발유나 경유, LPG 등의 제품으로 다시 만드는 공정이다. 벙커C유는 최근 환경규제가 더 심해지면서 수요는 더 줄어들어 배럴당 원유에 비해 최대 8달러 이상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 60% 정도가 휘발유, LPG, 경유 등의 제품으로 생산되고 40% 정도의 벙커C유가 나온다. 과거 벙커C유의 가격이 괜찮았던 시기에는 고도화설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고도화설비를 통해 벙커C유를 휘발유나 경유 등의 제품으로 만들지 못하면 손해를 보고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업계가 10여년간 10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온 이유다.

    국내 정유4사들의 고도화설비 비율은 현재 23%. 하지만 미국 56.4%, 일본 28%, 독일 29.5%, 캐나다39.1% 등 보다 낮아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