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부재 장기화·경영차질··· 대표이사직 유지여부에 "재상고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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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CJ그룹에 빨간불이 켜졌다.

    총수의 경영 복귀가 미뤄짐에 따라 이 회장의 복귀에 맞췄던 이번 정기 임원 인사 계획에 차질은 물론, 현재 이 회장이 맡고 있는 2곳의 대표이사직 유지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죄는 무죄로 판단되나 형법상 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9월 대법원 항소심에서 배임죄가 문제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날 재판부 판결은 이 같은 대법원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집행유예 등의 감형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CJ는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이유로 형량이 감축될 가능성이 있었으며 건강 문제로 수감생활이 어렵다는 이 회장 측의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성장동력 확보, 투자와 인수합병 추진 등 그룹의 성장을 이끌 세대교체와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더욱 절실했다. 때문에 그동안 미뤘던 정기 임원인사도 이 회장의 복귀에 맞춰 이번 주에 낼 계획이었다.

    그룹 안팎에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상무급 임원의 대거 승진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오갔다. 하지만 이 회장의 실형 선고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향후 인사를 단행하더라도 승진 폭이 줄고 인사 시점 역시 연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CJ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에 따라 임원인사는 현재 보류 상태"라며 "규모면에선 대상자가 크게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의 주력 계열사 등기이사직 유지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CJ와 CJ제일제당 등 2곳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 상법은 등기이사 자격에 대해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집행유예의 형에선 등기이사를 맡을 수 있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해당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없게 돼 있다.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예외가 적용된다.

    때문에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해임될 경우 대표이사직을 모두 상실하게 된다. 이 회장이 자연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CJ 고위관계자는 "과거 관례를 보면 임기만료 시점에서 오너가 자연스럽게 물러났지만 아직은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결정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실형 선고에 갑갑한 심정이나 현재로선 재상고에 주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회장이 맡고 있는 두 곳의 등기이사 임기는 내년 3월께 모두 종료된다. 앞서 이 회장은 인기 만료가 도래해 올 초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네트웍스 등 계열사 2곳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에는 CJ E&M·CJCGV·CJ 오쇼핑 등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