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의 새로운 캐시카우 '아이돌 굿즈', 이마트 매출 5분의 1 차지하는 'PB'와의 협업 눈길SNS 중심으로 이슈몰이 성공…해외 진출 계획 중
  • ▲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이마트XSM 합작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이마트XSM 합작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SM이 손 잡고 '엑소 라면'을 내놨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아이돌 굿즈'와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 5분의 1을 차지하는 자체브랜드(PB)와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창출하게 될지 업계의 촉각이 곤두섰다.

    이마트는 어제 전국 140여개 이마트 매장과 이마트몰에서 엑소(EXO),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레드벨벳, 동방신기 등 SM 스타들의 사진이 새겨진 PB 제품 14종 판매를 시작했다. 손짜장과 탄산수, 컵라면, 초콜릿, 팝콘 등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식품이 대부분이다.

    출시 첫 날 성수동 이마트 본점에서는 이마트 직원들이 오픈 시간 전부터 수시로 매대를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고위 임원들도 차례로 내려와 직접 확인하며 신경을 썼다.


  • ▲ 이마트 PB제품인 '도전!하바네로 컵라면(좌)'과 이마트XSM 합작 제품인 '슈퍼주니어 하바네로 컵라면'. ⓒ정재훈 기자
    ▲ 이마트 PB제품인 '도전!하바네로 컵라면(좌)'과 이마트XSM 합작 제품인 '슈퍼주니어 하바네로 컵라면'. ⓒ정재훈 기자


    이마트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PL'이라고 SM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그러나 기존 피코크 제품에 포장지만 바뀐 제품들이었다. 아이돌 옷을 입었지만 가격은 기존 PB 제품과 똑같이 책정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M과 이마트의 이번 프로젝트는 두 회사 오너 관계에 기반한 프로젝트"라며 "너무 서둘러 급하게 준비한 듯 제품 종류도 많지 않고 눈에 띌 만한 새로운 제품도 없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이 제품을 아이돌 굿즈로 봐야할지 PB식품으로 봐야할지도 애매하다"면서 "아이돌 굿즈의 가장 큰 구매 요인은 '소장가치'인데 알맹이는 이마트 PB제품이고 포장지만 아이돌 사진으로 돼 있다고 해서 얼마나 소구력을 갖게 될 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이마트 성수점 스낵코너에 자리잡은 이마트와 SM의 합작 PB 제품. ⓒ정재훈 기자
    ▲ 이마트 성수점 스낵코너에 자리잡은 이마트와 SM의 합작 PB 제품. ⓒ정재훈 기자


    이날 오전 개학 영향인지 학생들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몇몇 고객들은 장을 보다 스낵 코너에서 SM 제품을 발견하고 "이런것도 나오네" 하며 관심을 보였다.

    SNS에서는 '엑소 손짜장', '엑소 탄산수', '샤이니 탄산수' 등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인터넷에 '구매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고 오후에는 컵라면 등 일부 제품이 품절됐다는 소식이 퍼지는 등 확실힌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이마트 x SM' 상품을 40여 종까지 늘릴 것"이라면서 "머지 않은 시기 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마트의 유통 노하우와 SM의 콘텐츠가 만나 새로운 '테마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유형상품뿐만 아니라 무형 상품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는 등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좌),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각사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좌),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각사


    이마트와 SM의 합작 프로젝트는 정용진 부회장과 이수만 회장의 돈독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경복고, 서울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오너 간의 친분 관계에 기반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사업적 측면에서 '윈윈(win-win)' 잠재력이 상당하다.

    이마트는 SM 스타들을 내세워 '피코크' 등 자사 제품을 전세계로 수출할 수 있고 SM은 이마트와 이마트몰의 유통망을 이용해 전국에 작은 SM 굿즈샵을 운영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수익원은 이미 음반이나 음원이 아닌 공연, 광고, 굿즈 판매 등이다. 특히 갈수록 시장 규모가 커지는 아이돌 굿즈는 과거에 주를 이뤘던 엽서나 달력, 기념품 등을 넘어 IT 기기, 의류, 생활용품, 화장품, 식품 등으로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거대한 팬덤을 기반으로 굿즈 시장이 커가는 사이 팬덤 문화 또한 고도화되면서 예전처럼 스타의 얼굴이나 이름만 들어갔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지에 스타 얼굴이 들어가 처음에는 반짝 인기를 얻을지 몰라도 식품인만큼 결국 맛과 질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코크, 노브랜드에 이은 이마트 PB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 이마트 성수점을 찾은 고객이 이마트와 SM 합작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이마트 성수점을 찾은 고객이 이마트와 SM 합작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