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창업 70주년 기념일을 조용하게 보낸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에 나섰고, 이를 되찾아오기 위한 자금 마련이 벌써부터 고민거리로 던져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허리띄를 바싹 졸라메고 있고, 금호산업의 실적개선도 시급한 문제다. 박삼구 회장이 창업 70주년에도 즐겁게 축하받지 못하는 이유다.31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4월 7일 창업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대외 행사는 물론 내부 행사도 없이 평소처럼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70주년 당일에 기념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정상적인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의 부친인 故 박인천 창업주가 1946년 4월 7일 미국산 중고택시 2대를 갖고 운수업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금호아시아나그룹 모태이다.
이렇게 창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7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2008년에는 재계순위 7위까지 올라갔다. 이후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대우건설, 대한통운, 금호렌터카 등의 매각과 금호석유화학그룹과의 경영분리 등으로 현재는 20위권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을 찾아오면서 그룹 해체라는 위기를 넘겼다. 박삼구 회장은 올해 경영화두를 '창업초심'으로 내걸고, 그룹 재건에 나섰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호타이어다.
금호타이어의 지분 42.1%를 보유한 채권단은 지난 2일 매각 가능성을 따져보는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 등은 자산평가 및 잠재적 인수후보 물색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 타당성 조사가 3~6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호산업을 되찾아오는데 7228억원을 썼고, 대부분을 빌려서 충당했기 때문에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워크아웃 기간에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쟁력이 약해졌고, 옥쇄파업 등 강성 노조가 있는 것도 부담이다.
그룹의 또 다른 핵심축인 아시아나항공도 경영정상화에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지점통폐합 등 조직을 슬림화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일부 노선에 대해 에어서울로 넘기는 과정이 중요하다.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때문에 창업 70주년에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박삼구 회장은 창업 70주년을 맞아 후계구도를 본격화하며 새로운 7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들인 박세창 부사장을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에 이어 금호산업 등기이사로 신규선임하는 등 책임경영과 3세경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