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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이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으로 당장은 청산을 면했다. 반면 정상화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조선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계획대로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이에 필요한 기자재 조달 등에 일부 어려움이 예상된다. 발주처의 계약 취소 가능성도 도사리는 위험 요소다.
STX조선에 따르면 현재 수주 잔량은 총 55척이며 모두 계획대로 건조를 완료해 발주처에 인도할 경우 약 3조원의 수입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이들 선박에 대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STX조선의 설명이다. 이미 계획대로 올해 상반기에 17척을 인도했으며, 하반기에 18척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인도 시점에 대금의 60%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 계약이라 회사 측은 최대한 건조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너무 낮은 가격에 수주해 공정을 진행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라 회사는 채권단과 발주처에 최대한 피해가 안 가는 선에서 취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조선 선사인 프론트라인이 발주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4척처럼 발주처가 취소를 요청한 선박도 있다.
이들 선박은 모두 선수금환급보증(RG)이 설정돼 있어 계약을 취소해도 STX조선이 물어내야 하는 돈은 없지만, 환급보증을 발행한 채권단에 큰 부담이 갈 수 있어 채권단과의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STX조선해양은 우선 각 발주처에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알리고 회사 입장에서 취소가 필요하거나 발주처가 취소를 요청한 선박에 대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STX조선은 남은 선박을 인도날짜에 맞춰 건조하려면 기자재 납품 등 조달이 차질 없이 이뤄지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협력업체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데 채권단의 추가 유동성 지원이 없어 운영자금을 선박 건조 대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다.
법정관리 기간 숙련 인력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새로운 일감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근로자 상당수는 회사가 청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매우 불안해하며 일부는 이탈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그동안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 2013년 8600여명(직영 3600명, 협력사 5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현재 6100여명(직영 2100명, 협력사 4000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STX조선 관계자는 "인력 유지가 당장은 문제가 아니지만, 근로자들은 3개월만 일감이 끊어져도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며 "한번 인력이 나가면 다시 모으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