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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당한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광범위한 수사로 업무가 마비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처럼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이 잡듯이 회사를 뒤진다면 '먼지 안 날' 기업이 없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얘기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경영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정책본부는 압수수색을 당한 지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방대한 분량의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 일부 임직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가는 바람에 간단한 문서 작업 외에는 본격적인 일 처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
그룹 내부에서 업무 협조와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해외 사업과 관련된 사안 가운데 확인할 것이 있어 관련 부서에 요청했는데 담당자가 기억에 의존해 답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통상 압수 자료를 백업한 뒤 하드디스크와 문서 등을 돌려주지만, 압수물의 양이 워낙 많아서 이를 되돌려받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검찰은 10일 오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꼬박 하루 동안 그룹 정책본부 가운데 커뮤니케이션실 홍보팀을 제외한 7개 실(室)을 샅샅이 수색했다.
검찰이 이날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서 등 압수수색 물품은 1t(톤) 트럭 2대를 가득 채웠는데, 통상 검찰이 압수수색할 때 쓰는 푸른색 상자 외에 택배 상자와 일반적인 물품 보관용 상자까지 동원할 정도로 압수물 분량이 많았다.
양평동 롯데홈쇼핑과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 등에서 확보한 자료까지 합치면 압수물은 1t 트럭 7∼8대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팀장급(수석) 이상 직원들은 급하게 임대한 휴대전화를 다시 개통해 쓰고 있지만, 임직원들은 서로 통화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괜한 오해를 살까 봐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도 자제할 정도"라며 "주말에도 사업부별로 출근해 검찰수사로 영향을 받을만한 현안을 점검했는데 정확히 무슨 현안을 점검했는지 묻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 내부에서는 검찰이 혐의점을 좁히지 않은 채 이례적으로 광범위하게 압수수색을 펼친 데다 롯데쇼핑·롯데홈쇼핑·롯데정보통신 등 여러 계열사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 지나친 '백화점식 수사'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검찰의) 설명을 보면 아직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배임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어 보인다"며 "다만 검찰수사가 '뭐라도 하나 잡아낸다'는 식의 과잉수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